차들 지나가자 ‘쿵’ ‘쿵’...300m 가는데 포트홀만 5개
지난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안천초등학교 앞 왕복 6차로 도로. 지름 70cm, 깊이 10cm의 포트홀이 눈에 띄었다. 포트홀 위를 대형 트럭이 지나가자 ‘쿵’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이날 이 도로 300m 구간에만 5개의 포트홀이 있었고, 복구한 흔적까지 합하면 총 20개가 넘었다. 포트홀 때문에 차선이 지워진 곳도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모래주머니를 채워놨지만, 일부는 차량 무게를 견디지 못해 터졌다.
도로가 파손돼 움푹 파이는 포트홀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포트홀 보수 건수는 2019년 3700건, 2021년 4200건, 2023년 5800건으로 4년 만에 56.8% 증가했다. 서울 시내도로 포트홀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접수된 발생 건수는 4500건으로 작년 같은 달 2200건보다 2배 많았다.
차량 운전자가 포트홀을 발견하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그 위를 지나가면 핸들이 틀어지거나 타이어가 손상돼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모(47)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일산 방향 자유로에서 포트홀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우씨는 “출근길에 1m 길이의 포트홀 위를 지나자 핸들이 갑자기 포트홀 방향으로 틀어지고, 차량 바퀴가 그대로 내려앉았다”며 “휠과 타이어가 손상돼 수리비 견적만 최소 500만~600만원 정도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달 경기 화성시의 한 도로에서 포트홀 피해를 당한 최모(48)씨는 “우측 앞, 뒷바퀴의 휠과 타이어가 모두 파손돼 차량을 공업사에 맡겼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포트홀 피해 보상을 해주기도 하지만, 보상 기준이 까다로워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 포트홀 사고를 당한 이모(33)씨는 “경기 평택시에 보상금을 신청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못 받고 있다”며 “시와 연계된 보험사 직원이 ‘동일 장소에서만 포트홀 사고 건수가 20건이 넘어 보상 처리를 일괄로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포트홀로 인한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그가 숨지기 전 포트홀 공사 관련 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습 폭설이나 급격한 온도차와 같은 이상기후, 염화칼슘 살포 등을 포트홀 발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갑자기 눈이나 비가 많이 오거나 급격한 온도 편차가 발생하면 노후화된 도로에 수분이 끼어들어 이음새가 벌어진다”며 “폭설 때 염화칼슘을 뿌리게 되면 어는 점을 낮춰 수분이 아스팔트에 더 깊숙이 스며들 수 있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상 기후로 지반이 불안해져 포트홀이 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도로 설계 기준과 재질을 손봐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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