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이냐 巨野 심판이냐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와 180석이라는 기록적인 승리로 시작해 21대 국회 임기 내내 압도적 과반을 유지한 더불어민주당 양쪽에 대한 평가 성격이 있다. 공천을 거의 마무리한 여야는 막판 한 달 총력전에 나섰다. 4·10 총선은 오는 21~22일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28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사전투표는 4월 5~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고, 선거일인 4월 10일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8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시를 방문해 ‘재건축 추진’ 등 지역 개발을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재건축을 실효적이고 포용성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 시간에 나는 성남에, 이재명 대표는 서초동 법정에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부각에 나선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화자찬을 해 마지않던 여당의 공천이 ‘건생구팽’이라고 불린다. 김건희 여사 방탄이 끝났으니 이제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후, 비윤 성향 의원들이 잇따라 컷오프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여당은 ‘거야(巨野) 심판론’으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이번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심판론’으로 세대교체·세력 교체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을 잠재우는 한편 다시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등 윤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이슈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선은 지난 대선의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 피로감을 파고드는 3당 세력이 여럿 등장하면서 구도가 복잡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민주당이 31%로, 직전 조사 대비 각각 3%포인트, 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당 중에서는 조사 대상에 새로 추가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6%로 조사돼, 민주당과 합하면 여당과 같았다. 이 밖에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진보당이 각각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9%로 조사됐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여당 비례정당이 37%, 민주당 중심 비례정당이 25%로 차이가 더 벌어졌지만, 야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15%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공천 갈등 여파로 조국신당만 득을 본다”는 우려가 일부 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39%,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였다. 제3지대 후보를 지지하는 답변은 16%로 나타났다. ‘빅텐트’ 구상이 무산된 제3지대가 막판까지 어느 정도 지지세를 끌어올리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경기 화성·용인 등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까지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탈당파들과 합치는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 정당으로 민주당을 보조하며 ‘검찰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여야의 공약은 이념이나 거대 담론이 아닌 개발·복지 공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야는 모두 CEO(Commute·교통, Education·교육, Older people·노년층)로 대표되는 생활 맞춤형 공약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GTX와 김포·구리 등의 서울 편입, 지하철 연장 등이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과제이고, 의대 정원 확대 등 교육 이슈, 경로당 급식 지원 등 노인 유권자를 공략한 공약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야가 비례대표로 어떤 인물을 내놓느냐가 마지막 관전 포인트이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의료계 파업으로 인한 의료 대란이 여야 지지율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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