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민사소송 10건이나 낸 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말부터 ‘민사(民事) 소송’ 10여 건을 진행하고 있다. 사기, 횡령 등 경제 사범들이 차명으로 숨겨둔 재산에서 범죄 수익을 환수하려는 것이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가 본인 명의로 가진 재산에 대해서는 바로 추징할 수 있지만,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둔 경우에는 따로 민사 소송을 내야 한다.
이런 소송에서 중앙지검은 이미 성과를 거둔 것으로 8일 전해졌다. 투자 사기 혐의로 추징금 270억원을 확정받은 업체 대표 A씨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6억원을 받아냈다고 한다. A씨는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 일부를 다른 업체 10여 곳의 법인 명의 계좌에 숨겨뒀다가 검찰에 들통났다. 검찰은 민사 소송을 통해 법인 계좌의 돈을 넘겨받아 범죄 수익을 환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 재산이 더 확인되면 또 민사 소송을 내서 추징금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민사 소송까지 하면서 범죄 수익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범죄수익 추징액에 대한 회수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824억원이던 게 2020년 1244억원, 2021년 1221억원, 2022년 1009억원, 2023년 1049억원 등으로 4년 만에 42%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전체 추징 대상에서 실제 추징이 이뤄진 비율도 0.32~0.66%에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경제 사범들이 ‘감옥 몇 년 다녀와도 숨겨둔 돈이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은닉 재산 추적과 환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앙지검은 작년 12월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이희찬) 산하 범죄수익환수팀을 확대했다. 검사 1명이 은닉 재산 추적을 전담하는 수사관 3명, 민사 소송을 담당하는 수사관 1명을 지휘하게 했다. 현재 이 팀은 50억원대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한 민사 소송 등을 하고 있다. 횡령 혐의 등으로 추징금 50억원을 확정받은 B씨는 본인 명의 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산 흐름을 추적했더니 B씨가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매입한 상가 건물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돼 있는 등기를 B씨 앞으로 바꿔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소송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 사범들은 구속·수감보다 범죄에서 얻은 수익을 빼앗기는 것을 더 무서워한다”면서 “은닉 재산을 찾아내고 민사 소송을 통해 범죄 수익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거나 국고(國庫)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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