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인하 머지않아”… ECB도 ‘6월인하’ 첫 시사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3. 9. 0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증시 훈풍… 美-유럽 최고치
7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수장이 동시에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언급하자 세계 시장이 요동쳤다. 이르면 여름 전에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 서구 벤치마크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참석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확신할 시점이 그리 머지않았다(not far from)”고 답했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에 이를 것이란 확신이 생겨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으나, 의원들이 ‘그때가 언제냐’고 되묻자 조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같은 날 유럽에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아직 인하 시점을 논의하지 않았으며, 인플레이션 진전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6월엔 훨씬 더 많이 (물가 둔화 상황을)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를 거론했다.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가 ‘적절한 시점’에 가능하다는 뜻이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두 수장의 발언 직후 세계 증시는 물론이고 외환시장, 원자재 시장도 들썩거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6번째 최고점을 경신했고, 범유럽 벤치마크인 스톡스600 지수도 처음으로 500 선을 넘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코스피 종가도 전 거래일보다 32.73포인트(1.24%) 오른 2,680.35로 집계됐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0.23%), 대만 자취안지수(0.47%) 등도 올랐다.

美-유럽, ‘6월 금리인하’ 기대감… ‘끈적한 물가 상승’이 변수

美연준-ECB, 금리 조기인하 시사
글로벌 증시 상승, 달러 가치는 하락… 코인-金도 상승 “시장 야성 살아나”
인플레 재상승땐 조기인하 어려워… “韓, 美와 별개로 하반기 인하 유력”

“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8일 발표된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7만5000명으로 시장 전망치 20만 여명을 상회해 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한 강세를 보여줬다. 노동시장 강세는 인플레이션 상승압박을 의미한다.

● 6월 금리인하설… 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

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

●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 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 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