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살아나자, 경상수지 30.5억 달러 흑자

오효정 2024. 3. 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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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 영향이 컸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도 상품수지(수출-수입)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흑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8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1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 상품수지는 42억4000만 달러다. 수출액이 55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 늘고, 수입액은 509억8000만 달러로 8.1%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상품수지가 80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흑자 폭은 줄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통상 1월에는 연간 수출 실적이 마감되는 전년 12월에 비해 무역수지가 크게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크게 4가지 항목(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수지)으로 나뉘는데, 상품수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1월 상품수지가 흑자를 보인 건 반도체 수출이 2017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2.8%에 이른다. 승용차(24.8%)와 기계류·정밀기기(16.9%) 등의 수출도 호조 흐름을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미국(+27.1%), 동남아(+24.4%), 중국(+16.0%) 등지의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송 부장은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회복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며 “중국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1월 수입액은 에너지 가격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8.1%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원자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3% 감소했는데, 특히 가스와 화학공업제품이 각각 42.3%, 16.3% 줄었다. 하지만 원유(+6.0%)와 석유제품(+24.2%) 수입은 늘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 부진도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줬다. 소비재 수입액은 87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4.2% 줄었는데, 자동차(-44.6%)와 곡물(-6.5%) 감소세가 뚜렷했다. 한은은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지만, 올해 수출이 내수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월 수출액이 524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4.8% 증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2월에도 상품수지 흑자는 지속할 거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지속, 하반기엔 더 커질 것”

한은은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상반기 흑자 흐름을 지속하고, 하반기 들어서는 흑자 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반면 1월 서비스수지는 26억6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2월(-25억4000만 달러)에 비해 적자 폭을 키웠다. 여행수지가 14억7000만 달러 적자인 영향이 컸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2월(-13억4000만 달러)보다도 커졌는데, 이는 겨울 방학철 해외여행이 늘어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송 부장은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과 달리 입국자 수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며 “여행수지 적자 흐름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였다. 본원소득수지는 16억2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전월(+24억6000만 달러)이나 1년 전(+66억7000만 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이 줄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 폭이 한 달 사이 22억5000만 달러에서 13억5000만 달러로 축소된 영향을 받았다.

한편,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월 28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21억6000만 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2억2000만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65억1000만 달러 늘었는데,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순매수가 확대됐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65억2000만 달러 늘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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