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제3지대 변수…총선 판도 흔들다
15%. 지난 5~7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총선이면 어느 비례대표 정당에 투표할 것 같나’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조국신당)을 선택한 응답률이다. 국민의힘비례정당(37%), 민주당 비례연합정당(25%)에 이은 3위로, 개혁신당(5%)·새로운미래(2%)·녹색정의당(2%) 등 다른 제3지대 정당 지지를 전부 더한 것보다 높았다. 8일 공표된 이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4·10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른바 ‘제3지대’의 움직임이 요란하다. 각론은 제각각이지만, 총론은 ‘조국신당 돌풍, 이준석과 이낙연 신당 멈칫’으로 요약된다.
당초 정치권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의 정치 데뷔 효과를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지난해 11월)을 언급한 조 전 장관이 3일 창당했고 조국혁신당이 5일 만에 10%대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자 기류가 달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조국혁신당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평가하지도, 예단하지도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 전 장관에게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하고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선전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제3지대가 상대적으로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라는 교차투표 틈새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애초 제3지대 바람은 설 연휴 직전 꾸렸던 이준석·이낙연의 이른바 ‘낙준 연대’에서 불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11일 만에 두 세력이 갈라섰고, 그 빈틈을 조국혁신당이 채워갔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투표 열의가 떨어졌던 ‘비명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지로도 부상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역구에서 ‘이재명 때문에 죽겠고, 투표하기 싫다’고 했던 당원들 중 ‘조국혁신당 찍으러 투표장에 간다’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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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선 ‘낙준연대’ 빈틈, 조국신당이 채워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최근 민주당 공천 잡음 등이 부각돼 윤석열 정부 심판 여론이 옅어졌는데, 조국혁신당이 심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는 지지층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선 당장 위성정당이 목표했던 20석에 크게 못 미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갤럽 조사로 계산하면 민주당은 14석 내외, 조국혁신당은 9석 내외가 된다. 지역구 선거를 위한 연대 목소리도 커지지만 “또다시 ‘조국의 강’에 빠질 경우 중도층 표를 다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 이탈층의 복원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비례에 조국혁신당을 찍기 위해 투표장을 찾는 사람들이 지역구 후보로 누굴 선택하겠느냐”라며 “민주당 이탈을 막아주는 효과 때문에 국민의힘 지역구 선거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반전 계기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전날 서울 영등포갑에 허은아 전 의원을 1호로 전략공천한 데 이어 이날 조응천(경기 남양주갑)·양향자(경기 용인갑) 의원 포함 35명을 지역구 후보로 결정하는 등 공천에 속도를 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을 두고 “꽃가마 타고 도피에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홍영표·박영순 의원을 영입해 세를 불린 새로운미래는 오는 10일 이낙연 대표의 광주 출마 지역구를 기점으로 여론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야권 관계자는 “아직 총선이 한 달 이상 남았기 때문에 여론 추이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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