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3% 근무지 이탈…정부 "복귀 막는 행위 엄단"
의사 집단행동 확산
정부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인원은 1만1985명(92.9%)이다. 정부는 이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현장에 복귀한 동료들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미복귀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의사와 의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을 ‘참의사’라고 칭하며 인적 사항을 적은 목록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지금이라도 돌아오고 싶어도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두려워 현장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한다”며 “사람을 살리는 직분을 부여받은 의사들이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됐는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수련 비용도 지원된다. 박 차관은 “올해 예산안에 반영돼 있어 1월부터 소급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분만·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조속히 확대할 계획이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 체계도 그대로 유지된다. 오는 11일부터 4주간 의료기관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운영되도록 신규 외래 환자는 2차 병원 검사와 의뢰를 무조건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전공의 공백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의료대란’이란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지난달 1~7일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 감소폭이 지난 4일 40.7%에서 지난 7일엔 33.4%로 줄었다. 응급의료기관의 중증 응급환자 수도 평상시와 비슷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 모든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개별 교수 단위를 넘어 의대 교수협 차원에서 집단 사직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 교수들도 입장문을 내고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들도 보직 사직원이나 사직서를 냈다. 이와 관련,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9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계 주변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의사의 진료 독점을 깨기 위해서는 간호사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데 대통령실과 정부·여당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다. 대한간호협회도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계는 국민이 더욱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새롭게 보완된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도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한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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