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신세계’ 신규 출점 재개, 계열사 시너지 속도낸다
8일 정용진 총괄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한 신세계그룹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 속에서 더 까다로워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박자 빠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도 발굴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신세계가 이번 승진으로 ‘정용진 체제’에 힘을 실어 더 공격적인 위기 타개책을 펼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보다는 정 회장이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선 최근 강조한 본업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나갈 전망이다. ‘고품질 식품’과 ‘새로운 경험’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유통 채널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출점을 재개하며 외형 성장에 나섰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협업도 강화한다. 이마트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3사의 기능 통합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건설 레저 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한 것처럼, 계열사 간 사업 조정도 빠르게 진행할 전망이다. ‘스타필드 청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등 미래 성장을 견인할 대형 프로젝트 추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한 박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조직을 정비했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며 ‘기능 중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조직,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했다.
한편, 이 총괄회장이 그룹 총수의 역할을 계속하는 데다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아 그룹 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부회장을 18년 동안 했으니 이제 회장 직함을 달 때가 된 것”이라며 “정 회장과 나이가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 회장보다 두 살 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미 회장에 올랐다”고 말했다.
‘남매 경영’을 뒷받침하는 지분 구조도 바뀌지 않았다. 현재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하고 있으며,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갖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의 실질적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향후 추가 지분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다시 맡을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최은경·최선을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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