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 연합훈련에 맞불…‘GPS 교란 전파’ 사흘간 쐈다
북한 또 도발
합동참모본부와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 정오를 전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남측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소연평도) 상공을 향해 수차례 GPS 전파 교란 신호가 발사된 것이 군의 탐지 자산에 포착됐다. 교란 신호는 6일과 7일에도 수회 탐지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신호로 인해 현재까지 군사 작전이 영향을 받거나 군에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없다”면서 “민간 항공기·선박 등의 피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군은 북한의 GPS 교란 대비 탐지체계를 운용 중이며, 국토부 등 유관 기관과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7일 발사된 교란 신호는 과거보다 저출력이었고, 상공을 향해 발사돼 지상에서는 미약하게 포착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훈련에 대응하면서도 북·일 접촉, 서방 외교 사절의 평양 복귀 추진 등 외교적 현안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 군의 탐지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약한 전파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당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GPS 교란 부대의 능력을 꾸준히 증강시켰다.
GPS 전파 교란은 군의 무기 체계에 영향을 주고 부대 계측기 등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통상 군용 GPS는 전파 교란에 덜 취약하지만, 일부 무기 체계는 상용 GPS를 적용하고 있어 저출력 교란 전파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서해 5도 인근 지역은 인천국제공항·인천항 등이 있어 민간 선박과 항공기가 활발하게 오가는 곳이다. 이들 항공기·선박의 안내 지도 역할을 하는 GPS가 먹통이 되면 ‘교통대란’은 물론 심각한 운항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2016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31일~4월 5일에는 수도권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고출력 GPS 교란을 감행했다. 이전에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GPS 교란을 벌였다. 2010년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직후 GPS 공격을 했고, 2011년 3월과 2012년 4, 5월에는 각각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KR), 한·미 연합 공중전투훈련을 겨냥해 전파 교란을 시도했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군사 교류를 늘리면서 GPS 교란 능력을 증강시킬 기회로 삼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1990년대 말 러시아로부터 GPS 전파 교란 장비를 수입한 뒤 이를 개량해왔다.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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