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벌어진 PK민심…당보다 후보 개인기가 더 중요해졌다

원동욱 2024. 3. 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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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② 낙동강 벨트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을 선택한 1990년 이래 PK(부산·울산·경남)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텃밭’이 됐다. 도전도 따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했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김해)과 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양산)은 지지자들에겐 ‘순례지’가 됐다. 국민의힘 지배에도 균열을 내왔다. 16대 총선에서 0석이었는데 지난 총선에선 7석을 얻었다. 이 중 5석이 낙동강 벨트에서 나왔다.

중앙SUNDAY가 8일까지 5일간 김해·양산부터 부산 강서까지 낙동강 벨트 10곳의 지역구를 찾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 후 될 것처럼 대대적 홍보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이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차이가 9%포인트 차로 줄었다. 김건희 여사 등 논란으로 올 초에도 8%포인트 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공천 국면을 거치며 더블스코어(48%, 25%) 가까이 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거리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에서도 느껴졌다.

중도라고 밝힌 서경일(38·부산 사하구)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스스로를 비호할 사람들만 곁에 두려고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당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유재인(33)씨는 “지지 정당이 달라질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임종석·기동민 의원이 컷오프됐을 때 살짝 의아하긴 했다”고 했다. 지지를 철회 중일까 고민 중이라는 30대 정모씨는 “표를 줘봤자 내부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테러를 당한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바로 간 것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대학생 이효(26)씨는 “일반 시민이었으면 그 정도 상처에 헬기를 타고 서울로 갈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며 “계층 타파하겠다는 정당의 대표가 계층 사다리 꼭대기에 있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민주당의 4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다는 최형인(34)씨는 “민주당도 결국 기득권이란 게 자명해졌다”며 “조국신당이든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게 내 가치관과 맞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해와 양산엔 두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이 남아있듯 했다. 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에서 7명 중 5명은 두 번 이상 방문했다고 했다. 40대 장모씨 부부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이어지고 있다”며 “조국 신당도 심정적으로 응원하지만 표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양가적 감정”이라고 토로했다. 양산의 30대 최모씨는 “무난하게 이길 걸 어렵게 만든 이 대표에게 화가 난다”며 “문 전 대통령이 아직 지지해주고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작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국민의힘 지지가 열렬한 것도 아니었다. 김유호(39)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많은 실언과 가족 리스크, 한동훈 대표의 빠져나가기식 화법에 실망했다”며 “요즘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후(43)씨는 “경기는 점점 안 좋아지는데 R&D(연구개발) 예산은 깎아버리는 게 맞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원 최인호(39)씨는 “내 또래 부산 사람들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원래 지지하던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일자리가 모자라고 서울 쏠림이 심해지니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나눠진다”며 “어려서부터 들었던 가치와 내가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이나 소외감 중에 무엇이 이기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고 정리했다.

여전히 의원 개개인의 지역 밀착도는 중요했다. 양산 남부시장 상인 50대 임정영씨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2주에 한 번은 시장을 찾아와 인사한다”고 했다. 부산 사하구에선 “오랜 기간 지역 기반을 닦은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아성을 꺾기는 만만치 않을 것”(사하갑, 60대 정일모씨),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에 해준 게 얼마인데, 무소속으로 나와도 찍을 것”(사하을, 55세 김석씨)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김해을에서 만난 40대 나모씨는 “‘노무현 유산’만 가져가려는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나, 갑자기 나타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나 둘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부산=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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