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사람은 참 개안은데 당은 영 꼽표라"…"중량감 있지만, 연고 없어 마땅찮아"

김민주 2024. 3. 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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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② 낙동강 벨트
“호남 살다 아들내미 7살 때 부산 왔다 아입니꺼. 40년 됐지요.”

지난 5일 부산 북구의 최대 전통시장인 구포시장에서 만난 이모(78)씨에게 말 걸었더니 인생사부터 털어놓았다. 오랜 민주당 지지자란 그는 부산 북갑의 현역 의원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우리 노인정 자주 옵니더. 진솔하이 듣고 챙기주니 사람은 참 개안타 싶지요.” 민주당에 대해선 달랐다. “국회 과반을 묵더만 뻐뜩하면(걸핏하면) 대통령 끌어내리겠다는 오만한 모습이 영 파이(별로)입니더. 이재명 대표 수사받는 거, 또 공천 파동 이런 거 보면 당이 영 꼽표(X표)인 기라. 1월 피습 때 (이 대표가) 헬기 타고 서울로 가뿐 거는 지역 의료는 싹 무시한 거 아입니까. 괘씸하이 보는 주민들 많고, 총선에도 영향을 줄 깁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는 유세 중이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도 한참 얘기했다. 초면이라는 데도 구면인 듯 맞았다. 그는 기자에게 서 의원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두 현역 의원이 맞대결하는 부산 북갑(이전까지 북-강서갑)의 맹주는 전재수 의원이다. 18대·19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21대 연거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꺾었다. 특유의 차분하고 진솔한 친화력을 앞세워 바닥 민심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일 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덕천역 내부에서 유세 중이던 전 의원에게 음료수를 건네거나, 악수·셀카를 청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유권자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전 의원에 맞서기 위해 전략배치된 이가 5선의 서병수 의원이다. 해운대구청장을 거쳐 부산시장을 지내 인지도와 경륜, 중량감을 고루 갖춘 중진으로 평가된다. 서 의원으로선 두 번째 ‘차출’이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진갑으로 갔고 격전 끝에 3.49%포인트 차로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던 김영춘 전 의원을 꺾었다. 이번 총선에도 부산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인 북갑에 호명됐다.

상당수의 유권자는 최근 민주당엔 부정적이었으나 전 의원엔 긍정적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덕천 교차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TV에 자주 나오게 된 뒤로도 지역을 부지런히 다니며 챙겨주는 점이 고맙다”고 했다. 최근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전 의원이 초강세인 만덕1동이 북을로 옮겨진 걸 두고도 “전 의원에게 불리하게 됐다. 짠하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전 의원은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지만 우선 존중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긴 뒤 선거구를 바로잡겠다. 지난 총선 때 이긴 1930표 가운데 만덕 1동 몫은 500표다.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서 의원의 전략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덕천역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서 의원처럼 중량감 있는 인사가 우리 지역으로 와 빅매치가 벌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양당 모두 북갑이라는 선거구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모(37)씨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연고도 없는 ‘새 얼굴’이 나타나 표를 달라고 하는 건 마땅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김기진(42)씨는 “‘선당후사’나 ‘험지’ 같은 말을 들어 출마하는 게 정작 그 지역 유권자에겐 불쾌감을 준다”며 “여기서 (서 의원이) 이기면 다음 선거에서 또 다른 지역에 ‘자객’으로 갈 거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굴러온 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아는 듯했다. 지난달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북구 주민 서병수입니다’라는 영상을 올린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신고하고 주민과 인사 나누는 내용이 담긴 23초 분량 영상엔 ‘전입을 환영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산 북갑은 부산에서도 외곽지역에 해당한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요 가게들 빈 거 보입니꺼? 이 가게들 손님으로 채우고, 동네 상권 살려줄 사람이 오면 좋겠어예.” 5일 부산시 북구의 덕천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진양운(53·여)씨가 맞은편 빈 점포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구포시장과 가깝고, 덕천역 통로와도 연결된 상권이다. 그런데도 ‘임대’ 딱지가 붙은 빈 점포가 많았다. “동부산은 삐까뻔쩍한데 서부산, 특히 북구는 노상 소외됩니더. 잘 좀 묵고 살구로 지역 경제 좀 살려주이소.”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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