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버전, 정세운 버전…'1곡 2가수' 실험 끝냈죠
앨범 ‘투 트랙’ 완결한 가수 조동희
오빠 조동진·조동익 노래 부르며 자라
2년여에 걸쳐 진행된 ‘투 트랙’ 프로젝트를 기획·제작한 이는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다. 그는 장필순의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를 비롯해 조규찬, 나윤선, 더 클래식, 이효리 등 여러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한 바 있는 유명 작사가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을 보면서 한 역할을 서로 다르게 연기하는 두 배우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설렜죠. 그때의 상상을 펼쳐놓은 게 ‘투 트랙’ 프로젝트에요.”
“시작은 2년 전 가수 정승환과의 술자리에서였어요. 그날 우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눴는데,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 만에 노래 ‘연대기(年代記)’의 가사를 써버렸어요. 동익 오빠에게 곡을 만들어달라 부탁했고, 필순 언니에게 한 번 불러봐 달라 했더니 언니가 노래 정말 좋다며 ‘나도 부르고 싶다’는 거예요. 늘 상상만 했던 ‘하나의 노래, 두 가수’ 프로젝트를 시작할 결심이 섰죠.”
보통은 곡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붙인 후, 이 노래를 불러줄 가수를 찾지만 조동희는 가수 섭외부터 했다고 한다. “세대가 다른 남녀 선후배가 짝을 이뤄서 하나의 노래를 ‘닮은 듯 다르게’ 부르게 하자, 그리고 섭외한 가수들에 딱 맞는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게 기획의도였어요.”
사실 섭외된 가수들로선 꽤 난감한 일이다. 내가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앨범 참여를 결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번 앨범에 참여한 가수들은 모두 ‘조동희-조동익 남매의 프로젝트’에 대한 무한 신뢰로 노래가 완성되기 전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 스케줄 때문에 처음엔 참여를 고사했던 윤도현도 “당신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노래를 듣고는 “이건 내가 부를 수밖에 없겠다”며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2020년도에 26년 만의 새 앨범을 낸 동익 오빠나 27년간 정규 앨범을 겨우 두 장 발표한 저나 더딘 뮤지션들이라 이번 프로젝트가 더 특별했죠. 2년여 동안 무려 8곡이나 만들었으니까요. 동익 오빠는 거의 탈진한 상태에요.(웃음)”
2021년엔 앨범 ‘마더 프로젝트’ 기획
조동희는 2021년에도 앨범 ‘마더 프로젝트’를 기획·제작한 바 있다. 장필순, 말로, 허윤정, 강허달림 등 다양한 장르의 여성 뮤지션 10명이 참여한 앨범으로 엄마가 된 뮤지션들이 직접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부른 곡들이 수록됐다. “아이랑 함께 부른 사람도 있었죠. 듣기만 해도 따뜻한 느낌이랄까.(웃음)” 조동희는 현재 ‘최소우주’라는 작은 음반 기획·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소우주는 각자가 작은 우주라는 뜻이에요. 잘난 것 하나 없지만 지금 내 안에 작은 우주가 있으니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거죠.” 조동희의 가사에선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조동희 자신의 이야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예를 들어 ‘투 트랙’ 중 하나인 ‘오늘부터 행복한 나’를 듣고 있으면 그 노래를 부른 이효리가 절로 떠오른다. “효리씨 자체가 스스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이효리씨 얼굴을 떠올렸더니 ‘작은 꽃에서 우주를 발견하자는 매일의 다짐 같은 노래, 두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워보자 오늘부터 행복한 나’라는 가사가 저절로 써지더군요.”
가수로서 조동희의 창법 또한 남다르다. 이효리가 ‘골다공증 창법’이라고 놀릴 만큼 힘을 모두 뺀 듯 부른다.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생(生)하게 만드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2016년에 드라마 ‘시그널’ OST로 동진 오빠의 ‘행복한 사람’을 부른 적이 있는데, 그때 동진 오빠가 신나 하면서 그러더군요. ‘내가 옛날부터 항상 얘기했잖아, 너는 힘 빼고 불러야 한다고’. 그날 오빠가 엄청 칭찬하면서 고기 사주셨어요.(웃음)”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조동희의 따뜻한 목소리는 ‘투 트랙’ 프로젝트 중 ‘거울 속의 사람’에서 들을 수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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