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젠 AI가 가져올 휴머노이드 로봇 혁명

2024. 3. 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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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지난 2월의 절반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보냈다. 2월 17일 필자가 소속된 창업 네트워크 커뮤니티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피겨AI가 19억 달러의 투자 전(프리 머니) 가치로 5억 달러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감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의사를 표명하고 투자금을 납입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는 두발로 걸어 다니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경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열흘 뒤 이 회사는 예정했던 금액을 초과한 6억7500만 달러(8900억원)를, 26억 달러(3조4000억원)의 투자 후(포스트 머니) 가치로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1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9500만 달러, 엔비디아와 아마존이 각각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 로봇이 프로그래밍 입력 없이
사람이 하는 일을 보고 학습
인간은 단순 작업에서 해방
기업은 생산성·경쟁력 향상

선데이 칼럼
원래 이 회사를 인수할 생각이 있었던 오픈AI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면서 휴머노이드 AI 모델 개발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시리즈 A 투자를 주도했던 파크웨이 벤처 캐피털을 비롯해 인텔 캐피털, 얼라인 벤처, ARK 인베스트가 투자했다.

피겨AI의 최고경영자(CEO)는 수직 이착륙 전기 항공기 회사 ‘아처 에비에이션’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약관 37세의 창업가 브레트 애드콕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부각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2022년 5월 창업했다. 초기 자본으로 자신이 번 돈 1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 후 그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애플의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해 2023년 초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스텔스 모드로 개발했다. 2023년 5월 파크웨이 캐피털의 주도로 7000만 달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이번 시리즈 B 투자로 불과 9개월 만에 임직원 수가 80명 정도에 불과한 이 회사의 가치는 약 8배 올랐다.

이번 피겨AI 투자는 젠 AI와 로봇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이 보고 학습할 수 있는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로봇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줘야 했다. 이 때문에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젠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프로그램 대신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오버헤드가 없다.

두 번의 성공한 창업 경험이 있는 CEO 애드콕이 이끄는 이 회사는 2022년 5월 창업한 후 21개월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사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이후의 테슬라 성장 동력으로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이템이다. 그는 최근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제어 기술, 컴퓨터 및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홍보해오고 있었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에서 아직도 필요한 인간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피겨AI도 옵티머스 로봇 모델을 따라 BMW와 손을 잡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젠 AI 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오픈AI 창업 주역 중의 한 사람이었던 머스크는 오픈AI를 그만둔 뒤 오픈AI에 대항하는 xAI를 작년에 창업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달 머스크가 xAI를 위해 6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겨AI가 오픈AI와 연대하고 거액의 시리즈 펀딩을 모으자 머스크는 지난 3월 1일 오픈AI와 CEO 샘 올트만을 고소했다. 오픈AI 아래에 영리 자회사를 설립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오픈AI 비영리 법인 설립 취지를 위배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오픈AI는 이 고소에 대해 머스크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구글에 대항해 경쟁력 있는 젠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영리 자본의 유치가 필요하다고 동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사들보다 더 큰 금액의 자본 유치 의견을 피력한 e메일을 증거로 공개했다. 결국 머스크의 이 고소는 오픈AI가 주도하는 생성형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젠 AI로 강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선 자동차 산업은 물론 조선, 건설, 화학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인간을 단순하고 위험한 작업에서 해방시키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는 관련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경우 배의 건조에 필요한 숙련된 근로자들의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숙련된 근로자들로부터 학습한 AI 모델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24시간 작업하게 되면 배의 건조에 필요한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 변화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혁신 자본과 뛰어난 AI 인재들이 주도한다. AI 경쟁에서 속도와 정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우리도 혁신 자본과 인재들을 모아 실리콘 밸리로 가서 함께 혁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수주의적 생각으로 우리 힘만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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