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기준 11일 발표…‘불완전판매’ 반복도 막을까
[앵커]
홍콩 ELS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잃고 속이 타들어 가는 가입자라면 오는 11일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판매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매사와 가입자 중 누가, 얼마나 책임을 질지 배상 기준을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ELS 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지, 고령인지,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에 따라 은행 배상률이 0~100%까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태를 풀기 위해 배상부터 정리하겠다는 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과 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입니다.
KBS가 만난 현직 은행원은 이런 상품을 어떻게 팔았는지 털어놨습니다.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행 창구에서 왜 다른 상품보다 유독 ELS 판매에 집중했을까.
상품 판매 업무를 15년 넘게 한 은행원은 다른 투자 상품보다 팔기 쉬운 특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손님들이 그냥 원금 손실이 완전히 될 것 같다 (생각하고) 입금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게 딱 보이는데 이제 ELS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은 안 보이거든요. 계속 월 이자가 나오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잘 못 느끼시는 거예요."]
원금 손실 위험을 알리긴 하지만, 그 위험을 가리는 작업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100% 원금 손실 난다 그렇게 하면은 하는 사람 없거든요. 원금 비보장이지만 99.9% 다 받아간다."]
은행에서 교육받을 때는 상품 구조나 위험성보다 잘 파는 방법을 주로 배웠는데, 잘 통하는 문구도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17년차 현직 은행원/음성변조 : "오피스텔 하나 구입 했다고 생각하고 월 이자로 생활하시라고 그런 멘트도 알려주시고."]
ELS 가입자가 KBS에 제보한 판매 당시 녹취를 들어보면, 이 은행원의 말과 들어맞습니다.
[은행원/음성변조 : "펀드는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지 내 돈이에요. 30%도 마이너스 될 수 있어서. (ELS는) 언제 손실이냐, 반토막 나고도 전쟁 나갈 것처럼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상품을 팔수록 고과를 잘 받는 성과지표가 이런 영업 행태의 직접적 이유지만, 더 크게 보면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있는 은행의 취약한 수익구조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은행 수익 94%가 이자 이익에 치중됐고, 비이자 이익도 수수료 수익에 쏠려있어, 예대마진이 낮아지면 판매 수수료에 매달리게 됩니다.
'홍콩 ELS' 같은 논란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은행이 상품을 팔 때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과 손익을 같이하는 자산관리방식으로 바꾸고, 판매 창구와 직원을 더 전문화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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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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