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진보당 우려는 색깔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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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4일 금요일 오후 2시경.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의원이 이미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12년 전의 그 김재연 전 의원이 경기 의정부을 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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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민낯 4월 총선 이후 드러날 수도
당시 통진당의 구성은 이랬다. 우선 경기동부연합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노동당(NL·민족해방계열) 출신들. 이들을 당권파라 불렀다.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 출신과 진보신당 탈당파(PD·민중민주계열)가 비당권파였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가 각 계파를 대표했다.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냈다. 비당권파는 공동대표단 사퇴뿐만 아니라 경선으로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후보 14명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렸다.
당시 현장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회의가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33시간 40분. 회의는 5일 토요일 새벽을 넘겨 그날 오후 11시 40분경에야 끝났다.
그때 기사에 “진보의 가면 뒤에 숨었던 통진당 당권파의 비민주적, 비상식적 민낯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그들은 부정선거 의혹의 진상을 밝히길 거부하며 자기 편 감싸기에 바빴다. 그들이 내세운 것은 당원이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만큼 당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안건 표결을 “초헌법적인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진상조사 보고서를 “사실이 아닌 부실한 의혹만 제기한 천안함 보고서 같은 진상 조작 보고서”라고 비난했다. 당권파들은 회의를 방해하며 비당권파들을 감금하려 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민노당 대표를 지낸 강기갑 당시 의원마저 이정희 대표에게 “야욕과 집착을 끊고 버려야 할 땐 정말 버려야 한다”고 했다. 유시민 대표가 “당 통합 전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이 기억난다.
8일 뒤. 통진당 중앙위원회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당권파는 단상에 난입해 비당권파 대표단을 집단 구타했다. 진중권 교수는 당시 “마치 사교 집단의 광란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해 통진당은 분당으로 치달았다. 비당권파는 이석기 김재연 당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12년 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당에 위성정당 비례대표 3석을 보장했다. 진보당은 통진당 당권파의 후신이다. 진보당이 비례대표 후보 3명을 확정했다. 통진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이는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 복권 운동을 주도했다. 진보당 홈페이지에 있는 강령을 보니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해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한다.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진보당 지지율은 1%다. 자력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3%에 못 미친다.
더군다나 민주당과 진보당은 지역구에서도 단일화를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경남 양산을 김두관 의원이 이미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12년 전의 그 김재연 전 의원이 경기 의정부을 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
“민주당이 통진당 부활의 숙주가 됐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색깔론으로 치부한다. 12년 전 통진당 당권파가 벌였던 행태를 떠올리면 색깔론이 아니다. 통진당 당권파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세력이다. 그 민낯이 4월 총선 이후 다시 드러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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