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블랙리스트’ 파문…집단행동 참여 안한 의사들 개인정보 유출

집단행동 동참 안한 의사들
커뮤니티서 개인정보 유포
“의협 지시” 문건 온라인 유통
의협 “명백한 허위” 즉시 반박

전공의 이탈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7일 서울의 한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들의 정보가 담긴 글을 의대생·의사 커뮤니티에 게시한 작성자가 고발당했다.

8일 오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서민위는 먼저 의협에 대해 “피해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개인정보를 공개한 성명불상자의 범죄행위를 교사하였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이 된다”며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위반·업무방해·협박 교사에 해당 된다”고 주장했다.

서민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의대생·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사직, 파업 등 집단행동에 동조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들을 ‘참의사’라고 조롱하듯 지칭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국 70여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실명, 소속과,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상세 정보가 담겼다. 일부 전공의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이름 중 2글자가 노출됐고, 출신 학교로 추정되는 내용도 담겼다.

서민위는 의협 관계자들과 더불어 해당 커뮤니티에 소위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성명불상의 작성자도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대표도 “게시글을 방치해 협박 방조에 해당한다”며 고발했다.

한편 의협이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을 작성해 유포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전날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의협은 즉각 허위 문서라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문서에 대해 사이버범죄수사대와 사실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자신을 ‘의사협회 관계자’라고 주장한 인물이 “의협 내부 문서 폭로합니다”라며 A4 두 장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본 문서의 외부 유출을 금한다”며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 및 유포”라는 지침이 담겨있다. 특히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 블러 처리함”이라며 “불참 인원들에 대한 압박이 목적이므로 블러처리된 정보만으로 충분함”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어 “명단 작성과 유포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텔레그램을 통해 개별 고지하므로 참조 바람”이라는 설명도 담겨있다.

만약 해당 문건이 실제로 의협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종용한 것이 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의협 측은 즉각 해당 문서가 “명백히 허위”라며 글 게시자를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문건에 사용된 의협 회장의 직인은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며 “비정상적인 경로·방법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하거나 회원들의 조직적인 불법 행동 교사를 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