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PA간호사 합법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간호사는 수술·검사·응급상황 시 의사를 보조하는 인력이다. 수술 준비부터 수술 보조, 수술 부위 봉합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선 의료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돼서다. 하지만 상급 종합병원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수술실에서 숙련된 PA간호사들이 의사와 함께 메스를 잡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PA간호사가 1만여 명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PA가 국가면허로 관리되면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PA를 의사의 감독하에 질병 진단, 치료 계획을 기획해 약물 처방을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별도의 교육과정과 국가시험을 거친 PA는 15만명에 이를 만큼 유망한 직종이다. 영국은 2007년부터 PA 공식 자격을 부여해 농촌 등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도 2003년부터 PA를 의료 전문가로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그제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내놨다. 환자를 버리고 집단 사직한 전공의 1만여명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급해서다. 이 지침으로 PA간호사는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복지부가 가칭이지만 전담간호사(PA)를 지침에 처음으로 명시한 것도 주목된다. 합법화로 가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정부가 평소에는 외면하다가 의사 파업 등 급할 때면 PA간호사들을 찾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대한의사협회는 “PA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불법·저질 의료가 판을 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의료대란 탓에 고통받는 환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간호사들은 파업해도 환자를 버린 적이 없다. 의료대란이 길어질수록 간호사 업무 영역은 더 넓어지고 의사들의 진료 독점권은 줄어들 게다. 자승자박 아닌가.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