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야간 보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

정필재 2024. 3. 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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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은 가정의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이 그렇다.

서울시는 일부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담당했던 조리원이 저녁밥을 만들어두면 야간연장 보육교사가 이를 데워 배식하는 일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을 확대했다.

유치원을 마친 아이를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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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은 가정의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장으로서, 양가를 지방에 둔 맞벌이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검증한 결과다. 아이가 만족하는 어린이집이라면 화목이 유지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린이집 가고 싶다며 옷을 챙겨 입거나 휴일에도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등원을 요구한다면 이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집안에선 전쟁이 불가피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며 시간을 끌 때 출근도 못한 채 부부는 발만 굴러야 한다. 어린이집에 전염병 문제 등이 생겨 휴원할 때도 부모는 휴가를 쓰며 직장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아이가 좋아하는 어린이집이 된 건 어린이집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보육교사 덕이다. 이들은 부모보다 아이를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아이들을 돌본다. 출근을 핑계로 잠이 덜 깬 아이를 어린이집에 던져 넣으면 보육교사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본다. 아침과 점심, 또 저녁 식사까지 챙겨주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낮잠을 재워주는 건 물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며 손발이 다 닳도록 애쓴다.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해 아이의 사회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고마운 마음에 선물이라도 돌리고 싶지만 한사코 거절한다. 키즈빌리지 같은 어린이집이 편의점처럼 24시간 운영한다면 출산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어린이집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는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이 그렇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 석식지원을 확대하기 전까지 저녁 식사가 고민이었다. 서울시는 일부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담당했던 조리원이 저녁밥을 만들어두면 야간연장 보육교사가 이를 데워 배식하는 일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을 확대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왔지만 이런 점에 비춰보면 그동안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원 도우미 지원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치원을 마친 아이를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다. 많은 아이가 동시에 빠져나가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일일이 챙기는 데 한계가 있다. 버스로 하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교사가 하차한 아이를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올 때 시간이 걸려 아이들의 하원이 늦어지는 건 물론 버스가 비었을 때 아이들을 돌봐줄 추가 인력도 필요해 하원 도우미 역할을 기피한다.

유치원에서 할 수 없다면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이 하원을 맡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지만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결국 학부모의 민원에 따라 거점형 야간 보육 어린이집 원장이 석식 보육 도우미 등에게 원래 업무가 아닌 아이들의 하원을 부탁해 처리하는 게 전부다.

줄어드는 아이들과 늙어가는 사회. 노인 일자리와 출산율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학교 강의실 불을 끄는 인력이 우리 사회에 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더 큰 보람까지 얻을 수 있는 업무에 배치되길 바라본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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