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손도 못대는 증거 척척 찾아낸다…‘21세기 셜록’ 대체 누구길래
수사 착수 어려운 단계서 증거 포착
해외는 경찰과 공조 범죄자 잡기도
추적에 들어간 조사팀은 문제의 ‘가짜상품’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찾아내고 이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곳을 밝혀냈다. 범인은 의뢰 기업에서 3년전 퇴사한 사원이었다. 해당 사건을 다룬 조광신 탐정사무소 기드온 대표(행정사)는 “가짜상품을 주고 받는 장면과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위장사무실까지 확인해 의뢰기업에 조사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은 이를 근거로 전직 직원에 대한 법적조치에 착수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A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해커로부터 도난당한뒤 탐정사무소를 찾았다. 다급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탐정사무소는 A대표의 컴퓨터를 조사해 이메일을 통해 개인정보를 빼냈다는 것을 알게됐다. 비트코인을 수집하는 코드를 발견한 후 전송된 주소를 찾아냈고 이후 수사기관에 신고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탐정들은 주로 수사기관들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애매한 단계에서 초기 증거를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강력계 형사 출신 김수환 사건짱 탐정사무소 대표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증거를 수집해 수사 공백을 채우는 게 탐정들의 주업무”라며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횡령 사건이나 회사 기밀이 유출될 경우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선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탐정들은 횡령, 배임을 비롯한 범죄사실 확인에서부터 수배자와 도주자를 추적하는 일, 은닉재산을 찾는 일까지 기업들의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다년간의 현업 경험에 대부분 고가의 포렌식 장비를 갖추고 있어 조사 역량이 웬만한 경찰못지 않다.
정보활동에선 숨겨진 정보를 알아내는 것보다는 공개된 정보를 수집해 가공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장석광 JK인텔리전스 대표는 “민간차원에서 공개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국가가 신경쓰기 어려운 영역은 민간에게 맡기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찾는 것은 탐정들이 가장 자주 하는 일이다. 탐정업체 웅장컨설팅의 장재웅 대표는 최근 한 대학과 유학원의 의뢰로 베트남 유학생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학업 목적의 단기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이 유학생은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춰버렸다. 장 대표는 탐문끝에 유학생이 국내 한 산업단지에 불법취업한 단서를 확보했다. 유학은 핑계였고 취업목적의 위장 입국이었던 것이다.
기술유출 피해 기업들이 피해입증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웅장컨설팅이 계약을 맺고 사건을 의뢰한 기업만 20곳 이상이다. 최근엔 반도체 분야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직원이 경쟁업체로 이직해 피해를 입은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장 대표는 “퇴사한 직원이 다른 곳에 취업해 도면까지 가져다 회의하는 모습을 담은 자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탐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활동하게 된 것은 4년 전부터다. 앞서 2018년 헌법재판소는 사생활과 무관한 탐정업무가 가능하다고 판결하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이후 국회에서 2020년 2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탐정 명칭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면서 탐정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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