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감성 의존해 연주"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정확한 연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흘러요. 자연을 닮았죠. 황혼·연무 같은 자연의 색채를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만의 로맨스, 무드, 사량을 향한 갈구도 있어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42)이 프랑스 레퍼토리를 담은 음반 '생상스'를 발매했다.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인 카미유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동물의 사육제', 라벨과 드뷔시 등의 작품들을 특유의 자유로운 연주로 소화했다.
랑랑은 8일 오후 한국 언론과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프랑스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프랑스 음악을 좋아했어요. '피아니시시시모'('매우 약하게'를 뜻하는 '피아니시모'의 과장)처럼 연주하고, 인상주의처럼 표현하려고 했죠. 정확한 연주도 중요해요. 중국에서는 모두 열심히 일해요. 시간에 맞춰 딱딱 일하죠. 뉴욕도 모두 바빠요. 하지만 파리는 느리게 흐릅니다. 게을러도 좋은 도시죠. 프랑스 음악으로 이전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에서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드리고 싶어요."
랑랑은 이번 앨범작업을 하며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프랑스 작품들의 다양한 색채와 성격 그리고 음악적 유머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남김없이 끌어내고자 했다. 릴리 불랑제와 제르맹 테유페르 등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프랑스 여성 작곡가 5명의 작품도 조명했다.
"프랑스 피아노 협주곡들은 독일·러시아 음악에 비해 자주 연주되지 않아요. 프랑스 음악을 '아트'나 영화음악 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피아니스트들도 프랑스 작품을 깊게 파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여성 작곡가들 뿐 아니라 숨어있는 좋은 곡들을 발견하고, 살려내야 하지 않을까요. 듣자마자 사랑에 빠진 곡, 작곡가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아름다운 작품들을 음반에 담았습니다."
그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저평가된 것이 특히 안타깝다. "어떤 지휘자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20분 리허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대충 할 수 있는 곡이 아닙니다. 훨씬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할 곡이죠. 동물의 사육제 안에는 많은 비밀이 담겨있어요. 오펜바흐를 거북이로 묘사하는 등 짓궂은 장난이 많이 숨어있죠. 생상스가 여러 사람들은 연상하며 만든 곡이니 (감상할 때) 그런 장면들을 놓치지 말아주세요."
'동물의 사육제'에는 랑랑의 아내인 독일계 한국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제2 피아니스트로 참여했다. 랑랑은 "지나는 매우 재능 있는 음악가"라며 "연주 뿐 아니라 작곡에도 큰 재능이 있고,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며 아내에게 압박을 준 것 같아요. '다니엘 바렌보임 등 3명과 이 작품을 했었는데, 당신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느냐'고 했죠. 농담도 종종 해요. '무대에 올라 연주를 잘 하면 가족이고, 못 하면 동료일 뿐'이라고 하죠.(웃음) 저희집엔 부부의 연주를 좋아하는 아들이라는 관객도 있어요. 이유는 모르지만 요즘 첼로에 푹 빠져 있습니다."
가족은 랑랑을 좀 더 느긋하고, 따뜻하게 변화시켰다. "전에는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를 읽었다면 요즘은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지, 잠을 잘 잘지, 아이를 잘 키울 지에 대한 책에 관심이 많아져요. 시간이 흐르며 제가 변하는 거겠죠."
랑랑은 오는 11월30일 피아노 리사이틀로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난다. 그는 "쇼팽의 마주르카 등 새로운 레퍼토리를 들려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작품에서 저는 훨씬 더 감성에 의존해 연주합니다. (독일 작곡가인) 베토벤, 슈만, 바흐는 작곡가의 의도에 집중하며 머릿 속에 악보가 들어있는 것처럼 정확하게 연주하려고 해요. 쇼팽과 리스트는 그 중간쯤이에요. 정확함과 자유로움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하고 무너지지 않는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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