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는 권도형, 형량은 얼마나?…신속한 수사·재판 여부는

안경준 2024. 3. 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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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법원 권씨 항소 인정…한국행 가능성 커져
특경가법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신속 재판 여부는 미지수…공범들 재판은 공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에서 재판받게 되면 수십 년의 징역형이 예상되지만 관련 공범의 재판이 공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을 보인다.

8일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원심은 미국 정부의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권씨 측은 그동안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의 요청 시점보다 앞섰고, 권씨의 국적이 한국인 점을 근거로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과 국제 조약들을 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비예스티 제공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며 미국 정부 공문에는 권씨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있어 이를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의 공문은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첨부돼 있었다.

사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최종 승인하면 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보하게 되고, 구체적인 신병 인도 절차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권씨 송환 문제와 관련, “구금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정식 통보를 받게 되면 외교부, 몬테네그로 당국 등과 협의해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최고 형량은 40년…미국은 100년 이상도 가능

권씨 측이 한국행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는 경제사범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양형 차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다.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징역 40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검찰은 관련 사건으로 현재 재판받는 공범들과 같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창준(37) 테라폼랩스 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자본시장법위반(사기적부정거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한국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사기죄의 이득액이 50억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혐의가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져 가중되면 형량은 수십 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일부 피해자들은 권씨의 미국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은 테라·루나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권 대표를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 법무부 역시 권씨에 대한 미국으로의 인도를 포기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 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씨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공범들 재판은 공전…한국 송환될 경우 재판 장기화 가능성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더라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사건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복잡해 공범으로 파악된 이들의 재판도 공전 중이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차이코퍼레이션 전 총괄대표 사건의 경우 지난해 4월 불구속 기소 이후 재판부 변경 등으로 재판이 지연됐다. 증거 기록이 방대하고 사건 관련 IT(정보통신) 전문 지식이 많이 요구돼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제화가 명확히 마련되지 못한 가상자산 관련 사건인 만큼 재판에서 견해차가 큰 것도 재판이 길어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성립 여부를 가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놓고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씨 재판은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반년만인 그해 10월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현재는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씨의 경우 국내 송환 약 2주 만에 기소돼 지난 6일 첫 재판이 열렸지만 역시 별다른 진전 없이 재판이 종료됐다. 한씨 측 변호인은 이날 “아직 증거기록을 입수하지 못했다”며 “기록 검토 후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이들 사건과 병합 심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씨 재판에서 검찰은 신씨 사건과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도 “결국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보인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들의 공소사실이 대부분 겹치는 가운데 공모관계를 밝히고 합당한 형량을 정하려면 병합 심리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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