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당하고 '콜' 취소당해도…오늘도 견디는 여성 대리기사들
[앵커]
오늘(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인데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희롱에 시달리고 일거리도 차별을 당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바로 여성 대리운전기사입니다. 이들의 요구는 '동등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최지우 기자가 여성대리기사의 하루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토요일 새벽 한 시 반, 3년차 대리운전기사 A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손님을 만나러 갑니다.
방금 전 통화한 손님의 발음이 뚜렷하고 만날 장소도 정확히 말했기 때문입니다.
[A씨/대리운전 기사 : 많이 술에 취하셨는지, 또는 발음이 정확한지. 먼저 그걸 체크하고요. 지금은 양호한 것 같습니다.]
만취 손님을 만나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을 겪은 뒤 생긴 습관입니다.
[A씨/대리운전 기사 : 이 차 같은데…네, 고객님. OOOO 맞으실까요. 네. 알겠습니다. 다 왔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성희롱은 다반사고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A씨/대리운전 기사 : 나하고 연애하자, 이런 식으로 하고. 주차하고 내리려고 하는데 안으려고 그러고…]
실제로 여성 대리기사의 27%가 운전 중 성희롱을 경험했습니다.
경찰 신고는 꿈도 못 꿉니다.
[A씨/대리운전 기사 : 저를 콜을 빼버리거나 락을 걸어서 다시는 그 (고객) 회사의 콜을 못 받게 하는 거죠.]
회사가 보호하기는커녕 아예 일에서 빼버리는 겁니다.
[B씨/대리운전 기사 : 오늘 같은 경우도 서너 번 거부당했으니까. 3만원짜리도 거부당했고. 4만5천원짜리도 거부당했고…]
현재 대리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여서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상임활동가 : 성희롱 생길 수 있으니까 여자 배차 안 할래.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
여성 대리 기사들은 내일도 일하고 싶습니다.
[C씨/대리운전 기사 : (20년간) 사고 한 번도 없었어요. 한 번 믿고 맡겨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은 '동등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람이 담긴 서명을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영상디자인 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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