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취업 사기? 러, ‘고수입 일자리’ 속여 인도·네팔인 최전선 투입 의혹

박선민 기자 2024. 3. 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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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성 헤밀 만구키야(가운데)가 군복을 입은 다른 두명과 함께 서 있는 모습. 만구카야는 '안전한 보안 작업'이라는 일자리에 속아 러시아에 갔다가 최전선에 배치,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인도와 네팔 남성을 대상으로 이른바 ‘취업 사기’를 벌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보조원 혹은 보안 요원이라고 일자리를 소개한 뒤, 지원자들을 본인 의사에 반해 최전선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 시각) 이 같은 사례를 모아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인도인과 네팔인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쟁 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출신 헤밀 만구키야(23)는 작년 12월 유튜브 구인 영상을 보곤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로 향했다. 영상은 러시아에서 ‘안전한 보안 작업’을 할 사람을 구한다고 홍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만구키야가 보내진 곳은 러시아의 한 군사훈련소. 이후 최전선으로 끌려가 참호를 파고 탄약을 운반하거나, 소총과 기관총을 조작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가족들에 따르면, 만구키야는 지난 2월말부터 연락이 두절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우크라이나 어딘가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인도 펀자브주 출신의 인도인 7명이 관광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붙잡혀 벨라루스로 이송돼 구금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한 남성은 “경찰이 우리를 러시아 당국에 넘겼고, 이들은 우리에게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다른 인도인 모하마드 아프산이 ‘경비원’을 구한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에 갔다가 최전선에 배치, 전쟁 중 사망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당시 그의 형 모하마드 임란은 “그는 자신이 전쟁 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모스크바의 외국인 병사 모집 시설에 배치된 한 인도인 역시 “인도와 네팔에서 오는 다수가 전투 지역에서 일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네팔 당국은 자국민 남성 수천명이 러시아군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네팔 정부는 최근 시민들에게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들 중 다수는 일자리가 부족한 빈곤 지역 출신으로, 전쟁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고수입 일자리라는 거짓 약속에 속아 넘어갔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르자, 인도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7개 도시에서 약 13곳을 동시 수색, 고임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낸 인신매매 조직들을 적발했다”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인도 젊은이들에게 고임금을 약속, 후방에서 러시아군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유인했지만 실제로는 젊은이들에게 전투 훈련을 시키고 최전방에 투입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도 청년 35명이 이들에게 속아 전쟁에 참전했다”며 “이들 중 최소 2명이 전장에서 사망했다”고 했다.

네팔 외무부 대변인은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속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히 몇 명의 자국민이 러시아에 있는지 모른다”며 “245명의 가족이 그들의 친지가 러시아군에 갇혀있다는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다른 5명은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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