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을 가다…미국판 '만리장성' 곳곳 추모 꽃

강태화 기자 2024. 3. 8. 2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는 국경 문제입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막겠다며, 멕시코와의 국경 3144㎞에 담장을 쌓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판 만리장성'을 세우겠다는 건데, 강태화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설치된 이른바 '트럼프월'입니다.

9미터에 달하는 벽이 세워져 있지만, 곳곳에 벽을 넘나든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애리조나 국경 마을 노갤러스는 벽을 사이에 두고 멕시코와 맞붙어 있습니다.

벽은 국경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집니다.

매일 1만명 이상이 벽을 넘으면서 철조망이 추가 됐습니다.

철조망에 걸린 옷과 벽을 넘다 숨진 사람을 추모하는 꽃도 보입니다.

순찰대는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경보호국 관계자 : 불법 입국자들이 언제 어디서 올지 모릅니다. {모든 국경 지대에서요?} 네, 그래서 언제나 감시해야 합니다.]

밤이 되자 경계는 더 삼엄해집니다.

국경보호국과 함께 밤새 지킨 현장에서 불법 입국자를 직접 볼 순 없었지만, 순찰 차량엔 끊임 없이 무전 교신이 들어왔습니다.

[미국 국경보호국 관계자: 오늘 여기는 좀 잠잠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는 넘어온 사람은 없습니다.]

불법 이민자가 워낙 많다보니, 마을에선 영어를 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호아킨 세라노/멕시코 이민자 : 지금은 합법 거주지만 나도 30~40년 전에 불법으로 넘어왔어요. 멕시코를 오가며 살아요. 미국이나 멕시코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할 뿐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4곳의 멕시코 국경 통행을 재개했습니다. 이곳도 그중 하나입니다.

철문을 두 개 통과해 나온 이곳은 멕시코입니다.

국경을 넘어오는 동안 단 한 번의 신분증 검사 등을 요구받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 미국에서 만났던 세라노는 이미 멕시코로 넘어와 있었습니다.

다만 현지인들은 미국으로 넘어갈 땐 신분증과 X레이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불법으로 벽을 넘는 이유입니다.

다음 날 새벽 5시. 1시간가량 떨어진 도시 투산의 보호센터 앞에는 장사진이 쳐졌습니다.

하루 10명으로 제한된 보호소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남미계로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미국인 헬라는 정원 때문에 입소하지 못했습니다.

[구스타보 헬라/미국인 입소 거부자 : (불법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보호소는 미국인보다 먼저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정부는 먼저 미국인을 돕고 나서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보호소 측은 입소 현황 공개를 거부했지만, 불법 이민자를 차별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보호소 관계자 : {그들이 외국인이건 노숙자건 돕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모두를 도울 수 없나요?} 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인근 다른 보호소에서 아프리카 수단 내전을 피해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따리끄 (가명)/수단 출신 이민자 : 내전으로 부모를 잃었어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지난해 12월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가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바이든 정부 들어 불법 이민은 급증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정부의 국경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80%에 달했고, 민주당 지지자도 73%가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최근 나란히 국경 지대를 방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을 맹비난하며 국경문제를 대선 이슈로 부각시켰습니다.

[영상디자인 신하경]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