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와 싸우자는 것 아니다” 체육회-문체부 갈등 조정 국면

김기범 2024. 3. 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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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육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원만한 해결방안'을 강조하며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8일 오후 대한체육회 회장 집무실에서 KBS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문체부와 서로 건강한 관계를 새롭게 맺어나가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그 부분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발언이) 세진 측면이 있었다"면서 "누구를 타도하고 싸우려고 한 게 아니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보자는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부터 문체부를 향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였다. 작년 12월부터 이사회, 대의원총회 등의 장소에서 문체부를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 체육계를 긴장케 했다.

이기흥 회장이 문체부를 비판한 부분은 크게 3가지.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설립 과정에서 체육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연락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지 않은 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발언 등이었다. 이 가운데 로잔 연락 사무소는 문체부가 최종 승인해 해결됐지만, 지난해 12월 출범한 민관 합동 정책 기구인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의 참여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이 여전하다.

이기흥 회장은 우선 체육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 위촉을 본인이 원했다는 시각에 대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위원장 자리에 욕심이 있다는 오해가 있을지 몰라서 이미 작년 9월 나를 제외한 역대 체육회장들 가운데 한 명을 위원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스로 안 한다는 사임서를 작년 9월 제출했다"면서 "IOC 위원도 처음에 고사한 뒤 두 명의 후보를 대신 추천한 적도 있다.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회장은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의 민간 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특정 대학의 교수로 구성돼 있다. 체육회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학교체육, 전문체육, 지역 체육 분야에서만큼은 체육회 추천을 받아줬어야 한다. 이 분야는 현장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시행령 위반 논란 소지가 있음에도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참석을 보이콧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이기흥 회장은 당연직 위원이지만 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현재 체육회는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채, '국가 스포츠위원회'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정책위원회와 달리 정책의 집행 기능까지 갖고 있는 막강한 기구이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수준의 위상을 갖고 있는 정부 부처 수준의 기구 출범이 목표다.

이 회장은 "현재 문체부는 체육뿐 아니라 문화 관광 영역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관리하다보니 체육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부족하다. 여러 부처에서 나누어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정책과 업무를 총괄 시행할 수 있어, 스포츠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력을 가질 수 있다"며 국가 스포츠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문체부와 체육회가 가장 접점을 찾기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체부의 체육 기능을 사실상 부정하고, 국가 스포츠위원회를 통해 스포츠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하겠다는 체육회의 구상에 대해 문체부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체육만을 담당하는 새로운 부처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고, 새 정부 부처를 만들면 막대한 예산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걸 감수해야 하는지도 이견이 있다"면서 "현재 체육회가 그리고 있는 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와 같은 기관인데 그 두 곳은 규제 기구다. 규제하기 위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위원회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육은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흥하는 것이다. 진흥 정책을 위해서는 부나 청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 불참과 새로운 위원회 설립을 둘러싼 체육회와 문체부의 평행선은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문체부는 지난 5일 체육회의 요구에 대한 답변서를 공문 형식으로 체육회에 보냈다. 국가 스포츠위원회 설립 요구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일단 체육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체육회 고위 관계자가 7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직접 찾아가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양측의 타협점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국가 스포츠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보강하거나 확대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고심하고 있고 조만간 원만한 해결 방안이 나올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올림픽 회관 재개관식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체육회장이 함께 하는 모습.


문체부와 체육회의 소모적 갈등에 대해 일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과 저출산 쇼크로 인한 체육 저변 축소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엘리트 체육인들도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파리올림픽을 불과 넉 달 앞둔 상황에서 "지금이 이렇게 논쟁하고 있을 때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5일 대의원총회에서 "문체부와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이기흥 회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이 회장은 이달 내로 기자회견을 통해 문체부와 갈등 등 현안에 대해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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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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