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해외도피용일까? 아닐까?[권영철의 Why뉴스]
대통령실, 호주대사 결정 전 출국금지 사실 알았을 가능성 높아
홍익표 "인사검증은 법무부, 출국금지도 법무부…출국금지 몰랐다는 건 거짓말"
이준석, 대사 임명은 '꽃가마 타고 도피에 성공하는 것' 비판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박지환 앵커> 해병대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출국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오늘로 예정됐던 출국을 연기했습니다. 법무부는 오늘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박지환>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해제됐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법무부는 오늘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거쳐 해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 전 장관 출국금지와 관련해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례 연장되어 왔고, 최근 출석조사가 이뤄졌으며,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지환> 이 전 장관, 원래 오늘 오전에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 않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어제 공수처에서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오늘 출국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외교여권을 소지했더라도 출국금지가 된 상태에서는 출국심사대를 통과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국을 미뤘고, 법무부가 서둘러서 출국금지심의원회를 열었을 걸로 보입니다.
◇박지환> 몇가지 팩트체크가 필요한 거 같아요. 대통령실에서는 이 전 장관의 출금 사실을 몰랐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권영철> 대통령실 관계자가 말한 건 첫 번째, "공수처의 수사 상황, 그게 출국 금지 명령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출국 금지 같은 경우에는 본인조차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출국을 하려고 공항에 갔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본인에게도 고지가 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대통령실이나 대통령께서 공수처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물을 수도 없고 답해 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안"이라는 겁니다.
첫 번째, '공수처의 수사상황은 대통령실이 알 수 없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공수처법 제3조 2항에는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돼 있고, 3항에는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출국 금지 명령'도 알 수가 없다는 건 약간의 틈새가 있습니다.
◇박지환> 어떤 틈새가 있다는 건가요?
◆권영철> 출국금지는 수사기관, 검찰이나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에서 요청이 오면 법무부 출입국본부에서는 거의 100% 받아 준다고 합니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의 업무를 잘 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출국 금지는 수사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거의 100% 해준다"면서 "출국금지를 우물쭈물하다가 수사대상자가 도주하면 그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절차적으로 출국금지는 출입국 심사과에서 전결로 처리하고, 중요한 인물일 경우 서면으로 본부장과 장관, 차관, 검찰국장 등에게 서면보고 한다는 겁니다.
◇박지환> 법무부 장관은 알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법무부장관은 아는 게 당연합니다. 장관이 알면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에 보고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방장관이었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해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실과 교감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게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죠.
두 번째, '출국 금지는 본인에게도 고지 되지 않는다' 이것도 사실입니다. 수사기관이 법무부에 출금을 요청하면 거의 100% 그대로 한다고 했죠. 그리고 출금 사실은 요청하는 기관에서 '수사와 관련해 보안 유지 필요성 때문에 당사자한테 통보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이 또한 그대로 받아 준다고 합니다. 다만 그래도 통보 유예가 3개월을 넘을 순 없다고 합니다.
세 번째도 공수처 법에 명시돼 있으니까 사실입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박지환>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기 전 법무부에서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출금 사실을 몰랐을까요?
◆권영철> 여기서부터는 팩트 확인이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과 관련자들의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리적인 추론으로는 출금사실을 알고도 임명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건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고발 5개월여 만인 올해 1월부터 공수처가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에 대한 공수처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적시돼 있고, 구체적인 외압 과정에도 이 전 장관 이름이 최소 세 차례 거론 됐습니다.
MBC 보도를 보면 영장은 첫 줄부터 "피의자 이종섭 등이 공모해 축소수사에 관여했다"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해 8명에게 범죄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리자, "'피의자 이종섭 등이 임성근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방부가 경찰에서 사건을 되찾아온 뒤 "피의자 이종섭이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박지환> 압수수색 영장에 그 정도 내용이 들어있었다면 대통령실이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그게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법무부 상황을 잘아는 중견 법조인들은 "그 정도 상황이면 법무부나 대통령실이 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 금지 사실을 몰랐다는 대통령실의 변명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면서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하고 출국 금지는 법무부가 하게 돼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기강과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것"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 원내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결국 대통령 본인이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된 수사 외압을 은폐하고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 출국시킨 것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아니 주도한 것입니다."
홍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만약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한다면 범죄 피의자에 대한 공범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제적 망신을 더 당하기 전에 핵심 피의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전 장관이 첫 소환조사를 받은 게 어제인데 호주대사를 한다는 이유로 꽃가마 타고 도피에 성공한 것"이라면서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유가족은 원통하고 참사를 제대로 규명하려던 군인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지환>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할 당시 법무장관은 누군가요?
◆권영철> 공수처가 출금을 요청한 시기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언론들은 공수처가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올 1월 쯤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성재 법무장관 후보를 지명한 건 올 1월 23일이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임한 건 지난해 12월 21일 입니다.
한 장관 사임 이후에 출국금지를 했다면 한 장관은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이전에 했다면 모를 수 없을 겁니다. 전직 법무부 출입국본부 고위관계자는 "법무부 장·차관은 중요 인물의 출국금지를 모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이 전 장관 출국금지가 한 장관 사임 이전에 이뤄졌는지 이후에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와관련해 오늘 기자들에게 "출국금지라는 건 형사사법적, 행정적 절차"라며 "그런 상황을 알고 인사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대통령실의 상세한 인사 판단의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지환> 통상 대사를 임명할 때 외교부에서 '공관장 자격심사'를 하지 않나요?
◆권영철>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외무공무원법 25조에 '재외공관의 장에 임용될 사람은 임용되기 전에 자격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외교부에 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심사위원회는 7명 이상 1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합니다.
그렇지만 외교부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검증은 법무부, 임명은 용산 대통령실, 출금은 공수처 요청으로 법무부가 하니까 외교부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 대통령실에서 특임공관장을 보내기로 결정하면 외교부에서는 모르거나 알아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되면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는 유명무실하게 되는 겁니다.
◇박지환>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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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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