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때문에 현금 부족해”···의사 사칭해 여성 돈 뜯어낸 40대 검거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데이트 앱에서 40대 남성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자신을 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 ‘페이 닥터’로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채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의 호감을 산 B씨는 통화나 메시지를 통해 ‘투자가 잘 안 됐다. 적금 때문에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행동이 벌어진 뒤에는 “파업 때문에 현금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A씨는 작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36차례에 걸쳐 800여만원을 B씨에게 보내줬다. 그런데 A씨는 최근 경찰 전화를 받고서야 B씨가 의사를 사칭해 자신에게서 돈을 뜯어냈다는 걸 알게 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7일 사기 등 혐의로 B씨를 체포해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강력팀 C 형사는 최근 무인점포에서 분실된 신용카드로 누군가 4만원을 썼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던 중 B씨를 피의자로 파악했다.
B씨는 2015년에도 의사를 사칭해 속여 여성들에게 돈을 받아 챙기다 붙잡힌 전력이 있었다. 당시 B씨를 체포한 사람이 C 형사였다. 그는 B씨가 이번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보고 통화 내역을 분석하다가 A씨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지난 7일 오전 중랑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체포됐다. B씨는 검은 패딩에 모자를 쓴 평범한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 신고를 적극적으로 수사해 추가적인 사기 범죄를 적발해 피해를 예방한 사례”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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