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왜…” 거친 환경만큼 험한 편견에 맞선 11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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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울산 현대조선이 여성을 용접공으로 고용한 이래 조선소 선박 건조 현장에서 여성이 일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용접, 도장 같은 대표적 일자리에서부터 여성들이 일해왔다.
책은 조선소 생태계 안의 11가지 직종(용접, 사상, 발판, 도장, 밀링, 밀폐감시, 화기감시, 현장 청소, 건물 미화, 급식, 세탁)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구술을 채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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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코난북스/1만8000원
‘오일 들어가는 탱크 같은 게 있어요. 완전 끈끈한 기름이어서 시커먼 먼지가 많이 붙어 … 청소하면 기름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써요. 정신없이 일하다 언니 얼굴을 보니까 새카매져 있는 거예요. 내 얼굴도 그렇다는 걸 그때 알았죠.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언니는 오지 말라 안 하더냐며 울고요. … 내가 진짜 이런 일을 해야 되나 싶더라고요.’(232쪽)
수십 미터 높이, 수백 미터 길이, 수십만 톤 크기에 쇳가루 날리고 용접 불꽃 튀고 시너 냄새, 페인트 냄새가 가득한 사나운 노동의 현장이 이들의 일터, 조선소다. 그럼에도 수년째 임금은 최저시급 언저리에 머물고, 해고와 체불, 심지어 폐업이 수시로 벌어지는 몹시 사나운 곳이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위험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곳에서 굳이 일하는지 궁금해하거나 왜 떠나지 않는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책은 그 모순의 현장 내막을 샅샅이 드러내는 구체적인 증언이면서 그 모순을 깨뜨리고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분투기다.
“해고통지서를 받아보니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조선소 들어와서 20년 동안, 해고돼 나갈 만큼 엉망으로 살지는 않았는데. 시키면 시킨 대로 열심히 일해줬어요. 내 혼을 담고 뼈를 다 갈아넣을 정도로 힘들게 일했는데, 나갈 때 해고장을 받고 나간다? 자존심이 억수로 상하더라고요. 너무 분하고 억울하더라고요.”
조선소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관한 연구나 기록은 많지 않다. 용접이나 타워크레인, 엔지니어 분야에 진출한 ‘최초’의 여성들을 반짝 조명할 뿐 생산부터 지원 파트까지 조선소 안 다양한 위치에 이미 자리 잡은 여성 노동자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책은 여성들이 조선소에서 겪는 구체적인 경험과 아울러 조선소라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이 유입, 배치, 활용되는 흐름을 조망하면서 ‘조선소, 여성, 노동’이 결합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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