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로 평가 절하된 흉노… 유라시아 문명에 미친 영향

송용준 2024. 3.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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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흉노, 서양에서는 훈으로 불린 세력은 '오랑캐'나 '야만인'으로 취급받았다.

둘째 흉노·훈 제국이 고대 후기와 중세 초기 유라시아 세계 형성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며, 이들은 세계사를 바꾼 고대 문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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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와 훈/김현진/최하늘 옮김/책과함께/2만원

동양에서는 흉노, 서양에서는 훈으로 불린 세력은 ‘오랑캐’나 ‘야만인’으로 취급받았다. 특히 서양사에서 이들의 위치는 고대 후기 로마 제국과 중세 초기 게르만 민족의 역사에 덧붙은 각주에 불과할 따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성장해 현재 호주 멜버른대학 교수인 저자는 이러한 학계 시각의 불균형과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해 흉노·훈 제국의 위상을 바로잡고자 했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먼저 몽골고원의 흉노와 유럽의 훈은 같은 집단명을 사용한 강력한 연결고리를 가진 존재들이며, 그렇기에 이들의 역사는 아시아와 서양을 나눠서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별개의 역사가 아닌 하나의 역사라는 ‘유라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흉노·훈을 온전히 살펴볼 수 있다. 그래야 기원전 3세기 때부터 중국 한족을 괴롭힌 북방민족이었던 흉노가 한나라가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중앙아시아로 세력권이 밀려나기도 했지만 서기 4세기 이후에는 남아시아는 물론 동유럽과 중부유럽까지 영향력을 떨치며 훈 제국을 만들어 낸다는 역사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진/최하늘 옮김/책과함께/2만원
둘째 흉노·훈 제국이 고대 후기와 중세 초기 유라시아 세계 형성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며, 이들은 세계사를 바꾼 고대 문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의 훈 집단은 하나의 인종이나 종족집단이 아니라 내륙아시아 제국 통치의 개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훈의 통치자들은 혼종적 엘리트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했고 그 정체성과 종족적 배경도 다양했다. 야만적 유목민 무리가 아닌 정치적으로 세련되고 잘 조직됐으며 군사적으로도 강했다. 그래서 정치체제부터 예술사조까지 중국과 이란, 인도, 그리고 유럽 문명에 이들이 남긴 흔적들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훈 사람들은 서부 유라시아에 진정한 의미의 지정학적 혁명을 야기했다. 유라시아 서쪽 가장자리가 훈 제국의 정복 이후 지중해의 패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며 서유럽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서구 세계’의 출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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