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교수 이탈…의대증원 ‘장기전’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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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3주가 돼간다.
병동 당직 등을 맡던 전공의가 사라지자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다음날 낮에 외래진료나 수술을 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들이 당장 집단사직 등을 논의하지는 않지만,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시작되면 교수 사회의 반응도 격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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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3주가 돼간다. 앞서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0명 중 9명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중단했다. 이만큼의 전공의가 한꺼번에 병원을 벗어난 건 유례없는 일이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나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때도 의사 집단행동이 있었지만, 응급실·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는 대부분 환자 곁을 지켰다. 반면 지금은 수련병원 어디서도 전공의를 찾기 어려워졌다.
병원들은 환자 진료를 축소하며 인력 공백에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병원의 하루 수술 건수는 평소 절반 정도로 떨어졌고, 외래진료도 20% 이상 축소됐다. 대형 병원들이 경증 환자를 주변 병·의원으로 돌려보내고 치료가 급한 중환자만 남긴 결과다.
정부도 전공의들이 대거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보고,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어긴 이들에 대해 지난 5일부터 의사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전공의가 2개월 이상 결근하면 유급 처리되므로,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전공의는 올해 안에 병원에 복귀할 길이 막힌다.
정부는 ‘전공의 없는’ 의료체계를 지탱하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예비비 1285억원을 투입해 병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일손이 부족한 의료기관엔 공중보건의사(공보의)·군의관을 파견한다. 국민건강보험 재정도 1882억원을 투입해 응급실 처치, 중환자 진료 등의 수가(보상)를 올리기로 했다. 진료 차질이 더욱 심해지면 1차 의료기관(의원)에서 3차 의료기관(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전원을 막을 계획이다. 정부는 중환자만 상급병원으로 보내고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의사들과 장기전을 치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병원에선 ‘못 버틴다’는 우려가 커진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가 쌓이면서다. 병동 당직 등을 맡던 전공의가 사라지자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다음날 낮에 외래진료나 수술을 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하던 일손은 이달 들어 더욱 줄었다. 4년차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병원을 떠난데다, 매년 2월 말 병원과 계약을 갱신하는 전임의(펠로)들이 절반 이상 이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들의 동요가 심상찮다. 지난 5일 원광대 의대 학장 등 교수 5명이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해 보직에서 사임한 데 이어, 경상국립대·가톨릭대 등에서도 의대 학장 등의 보직 사퇴서 제출이 이어졌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9일 긴급총회를 열고 이번 의정 갈등에 대한 교수들의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이들이 당장 집단사직 등을 논의하지는 않지만,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시작되면 교수 사회의 반응도 격해질 수 있다. 중환자 수술 등을 집도하는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다. 이들마저 줄면 간신히 버티던 의료체계가 유지되기 어렵다.
우리 의료 시스템은 유례없는 인력 공백 사태를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정부는 ‘장기전도 가능하다’는 호언에 앞서 현장의 불안한 조짐들을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
천호성 인구복지팀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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