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해체를 우려한다

한겨레 2024. 3. 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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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7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담당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2006년 6자회담 이후 18년간 한반도 비핵화 업무를 전담해온 유서 깊은 조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상황에서 전해진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해체 소식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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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영입된 김건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7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담당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2006년 6자회담 이후 18년간 한반도 비핵화 업무를 전담해온 유서 깊은 조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조 장관이 조직의 해체 사실을 알리며 제시한 논리는 “변화하는 국제지정학적 환경에 맞춰서 조직을 확대한 것”일 뿐 기능을 없애거나 줄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 조직의 기능을 설명하며 ‘억제’, ‘자금줄 차단’ 등의 표현을 쓴 데서 알 수 있듯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와 압박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고 그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마저 결렬된 뒤 벌써 4년 넘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미국은 쿼드, 오커스, 한·미·일 3각 협력 등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며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주요 글로벌 현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정부에선 차관급 본부장 아래 2국4과를 거느린 대조직을 ‘개점휴업’ 상태로 계속 놔두긴 힘들다는 고민도 있었을 것이라 본다. 남북대화가 끊긴 탓에 2022년 5월 부임한 김건 본부장은 단 한 차례도 북한과 눈에 띄는 접촉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조직 해체 1주일을 남겨둔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현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역사가 알려주는 교훈은 북핵 문제는 방치할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퇴임 뒤 2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말만 거듭해왔고, 핵의 선제 포기를 전제로 한 윤석열 정부의 ‘대담한 제안’은 제안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대화가 멈춘 사이 북은 미국 본토와 남을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능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졌지만, ‘두개의 전쟁’과 11월 대선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미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치밀한 외교적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상황에서 전해진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해체 소식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푼다는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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