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 첫발… “주 77시간 근무·수련제도 손질” [의료대란 '비상']

이정우 2024. 3. 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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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수련 제도와 처우 개선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전공의를 한계 상황까지 몰아간 연속 36시간 근무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전공의 근무시간을 미국처럼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시범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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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대 교수·전문가 등 의견수렴 토론회
전공의 52% 주 80시간 초과 근무
“값싼 노동력 들여 ‘의료 박리다매’
교육 늘리고 잡무 줄여야” 지적
간호사 CPR·봉합 행위 허용 첫날
“법 사각 해소… 간호법도 제정을”
“업무 무제한 전가… 사고 우려” 분분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수련 제도와 처우 개선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전공의를 한계 상황까지 몰아간 연속 36시간 근무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전공의 근무시간을 미국처럼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시범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민간 의료인력 긴급채용에 107억 투입”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세 번째)이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지역 주요 병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로 인한 진료 파행을 줄이기 위해 민간 의료인력 긴급 채용에 10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해외 전공의 수련제도 분석을 통한 국내 수련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전공의들이 기본적 임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근무시간 단축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공의 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수련근무 시간은 주당 8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공의들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77.7시간에 달한다. 절반 이상(52%)은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인정기준(주 60시간 근무)보다 20시간이나 초과해 근무한 전공의가 많다.

전공의 연속근무도 허다하다. 전공의의 법정 연속근무는 36시간이며 응급상황인 경우 40시간까지 허용된다. 전공의 65.8%는 일주일에 1일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7개 요구안에 포함됐다.
간호사가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 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등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과도한 업무에 대한 개선책을 촉구했다. 이승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영상의학과)는 값싼 노동력을 투입한 대형병원의 박리다매 구조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전공의들은 일하는 데 80%, 교육에는 20% 정도 투입되는데 교육에 60% 이상 할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대통령도 ‘전공의가 병원을 비워서 병원이 안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좋은 시스템이 안착하길 바란다”고 했다.

주재균 전남대병원 외과 교수는 “‘이런 업무까지 의사가 해야 하나’라는 의아한 업무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개선해 전공의 업무 과부하를 줄여야 교육에 매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간호사들에게 응급환자 대상 심폐소생술(CPR)과 수술부위 봉합, 각종 삽관 등 의료행위를 허용한 이날 의료계 반응은 갈렸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8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사 업무를 무제한으로 간호사에게 전가해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의료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며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는 게 현장 간호사들 목소리”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간호사에게)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고 그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라면서 정부에 보완지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이제라도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호를 해주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환영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의료개혁 일환으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간호법 재추진과 관련해 “의료개혁에 간호사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간호법이 제기됐을 때 제시한 불가 사유가 해소돼야 법안으로서 성안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우·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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