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게임으로 돌아본 거장의 발자취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일본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향년 6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를 발간하는 슈에이샤에는 "토리야마 작가가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는 추도문이 올라왔다.
토리야마 작가는 '만화계 큰 별'이라고 표현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거장이다. 세계적인 만화가로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발자취는 만화계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만화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SNS에는 "만화 따위 읽으면 바보가 된다고 하던 시대부터 어른도 아이도 만화를 읽으며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만드신 분. 만화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세계에 갈 수 있구나, 라는 꿈을 보여줬다"란 추모글이 올라왔다.
그의 말처럼 토리야마 작가는 만화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세상을 한 데 묶는 문화로서의 가치까지 위상을 끌어올린 주역이다. 80, 90년대 생에게 '드래곤볼'은 추억 그 이상의 흥분과 감동으로 남아있다.
토리야마 작가는 1978년 단편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해 첫 장편 닥터 슬럼프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닥터 슬럼프 연재 이후 새로 연재한 드래곤볼은 전무후무한 대히트를 기록했다. 드래곤볼 연재 후에도 관련 애니메이션의 원안을 맡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다.
토리야마 작가는 만화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스퀘어에닉스의 대표 프랜차이즈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캐릭터ㆍ몬스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토리야마 작가의 2000년 작품인 '샌드랜드'를 기반으로 한 신작 게임 개발이 발표됐다.
대표작 드래곤볼은 높은 인기 만큼이나 꾸준히 게임으로 제작돼 왔는데, 무려 100여 종에 달한다. 만화계 큰 별 토리야마 작가를 추모하며 그의 대표작 드래곤볼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기 게임 다섯 가지를 소개해본다.
■ 드래곤볼 파이터즈 Z (2018)
드래곤볼 파이터즈 Z는 뛰어난 원작 재현률과 반영으로 호평을 얻은 대전 액션 게임이다. 드래곤볼 IP 기반 게임 중 역대 최고로 평가 받는다. 게임성뿐만 아니라 지난 2023년 누적 판매량 1000만 장을 넘기며 상업적 성공까지 거뒀다.
마니악한 장르인 대전 액션 게임의 접근성을 높히기 위해 조작의 난도를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연속적인 버튼 사용을 통해 콤보를 연계하는 등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배려했다.
캐릭터 모션 하나 하나를 원작의 포즈에서 가져와 세밀하게 반영했는데, 드래곤볼 팬이라면 이러한 요소를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 원작 내 비중이 적은 캐릭터부터 손오공, 베지터 등 인기 캐릭터까지 기술 연출과 묘사가 모두 뛰어나다.
행성을 부수고, 우주를 넘나드는 드래곤볼답게 화끈한 이펙트와 지형 파괴, 괴랄한 사운드 등을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인다. 장점이 많은 게임답게 역대 드래곤볼 게임 중 87점으로 가장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를 받았다.
■ 드래곤볼 Z 카카로트 (2022)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높은 원작 재현으로 호평을 받았다. 손오공이 되어 드래곤볼 Z의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는 액션 RPG다. 어릴 적 보고 잊어왔던 드래곤볼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유저에게 강추하는 게임이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어떤 드래곤볼 게임보다 원작 스토리에 충실했다. 특히, 기존 드래곤볼 게임에서 그려지지 않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생략된 장면까지 재현하며 한편의 드래곤볼 대서사시를 다시 감상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원작에 대한 추억과 감성을 경험하는 데 집중한 게임답게 인게임 연출과 애니메이션 컷씬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드래곤볼 세계를 더욱 세세하게 느끼고,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게 제작된 오픈 필드 역시 드래곤볼 Z 카카로트의 장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래곤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유저에게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드래곤볼 Z의 스토리를 액션 RPG의 형태로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높은 원작 재현율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 드래곤볼 제노버스 (2015)
드래곤볼 제노버스는 드래곤볼 파이터즈 Z나 드래곤볼 Z 카카로트와 완전히 반대되는 지점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드래곤볼 게임과는 다르게 게임의 기본 설정이 원작 파괴를 기본 베이스로 삼았다.
게임의 스토리는 드래곤볼 본편의 시간대로부터 약 150년 정도가 흐른 미래로 '타임 브레이커'라는 조직에 의해 과거가 바뀌어버렸다는 설정이다. 이런 재밌는 소재로 인해 오랜 시간동안 드래곤볼을 즐겨온 팬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전격투게임을 베이스로 한 RPG다. 별도의 커맨드 없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손쉬운 조작의 장점을 필두로 RPG다운 다양한 파밍거리를 제공해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손쉬운 조작과 깊이있는 콘텐츠, 새로운 스토리의 재미로 호평을 받았지만, 낮은 편의성과 무너진 밸런스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가령, 아바타 외모 변경을 '드래곤볼 소원'으로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성이 매우 떨어진다. 파워 밸런스 역시 특정 캐릭터가 너무 좋으며 다양성을 잃은 것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 드래곤볼: 더 브레이커즈 (2022)
2022년 스트리밍을 통해 입소문을 탄 드래곤 볼 더 브레이커즈는 유저 한 명이 드래곤볼 속 악당 역할을 맡고 나머지 유저가 평범한 민간인으로 지역을 탈출하는 멀티 게임이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드바데'라는 별명이 더 익숙할 것이다.
드래곤볼 시리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래곤볼의 전투 요소에서 착안해 다양한 격투 게임이 등장했지만, 더 브레이커즈처럼 서바이벌 탈출 게임이 등장한 것은 최초다.
광활한 맵과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호평받았다. 시원시원한 게임 플레이가 최대 강점이다. 드래곤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빠른 비행과 순간이동, 호쾌한 타격감 등을 인게임에 잘 녹여냈다는 평이다.
하지만 직관적이지 못한 UI와 부실한 튜토리얼, 불편한 조작 등으로 초반 인기가 길게 가진 못했다. 게임 내 레이더와 생존자 사이의 밸런싱 문제 등 다양한 단점이 게임 경험을 저해했고, 시즌의 기간도 길어지며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 드래곤볼 폭렬격전 (2016)
드래곤볼 카드게임을 어레인지한 형태로 내놓은 수집형 액션 RPG다. 보드게임 방식의 맵 탐방 및 턴제 터치 배틀 방식, 드래곤볼 IP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다양한 수집요소로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인기 스트리머 '따효니'가 즐긴 최애 게임 중 하나로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타 수집형 모바일 게임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게 되는 모험모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엔드 콘텐츠와 이벤트가 곁가지처럼 붙는 방식이다. 모험모드 역시 노말, 하드, Z하드 총 세 가지 난도로 나뉜다.
각성에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이 매일 다르게 열린다는 점도 장르 내 타 게임들과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조가 비슷한 만큼 '분재식 반복 플레이'라는 지루한 단점도 공유한다.
국내에서는 서버 상태와 지나치게 긴 로딩으로 혹평을 받았다. 드래곤볼이라는 유명 IP를 수집형 RPG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평가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서버가 자주 터지는데다가 로딩 시간까지 길어서 많은 유저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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