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업무확대에 “간호법 이어져야”…“환자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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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데 대해 대한간호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간호사 업무만 별도로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분류해 정해진 업무만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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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데 대해 대한간호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간호사 업무만 별도로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모인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수술 집도와 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일부를 제외하고 고난도·고위험 시술까지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비판했다.
간호협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사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이를 명확히 해 법적 보호를 해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행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분류해 정해진 업무만 하도록 했다. 간호사의 경우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를 비롯해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교육상담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등을 하게 돼 있다. 그중 의사 지도로 할 수 있는 진료 보조에 해당하는 업무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이에 전날 보건복지부는 대법원 판시 취지 등을 고려해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간호사를 일반·전문·전담(피에이) 세 단계로 구분해 98가지 진료지원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담은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의료기관장은 간호부서장과 협의 등을 거쳐 업무 범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업무 관리·감독 미비로 의료사고가 나면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병원에서 전공의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던 피에이(PA·진료보조) 간호사 제도(합법)화 가능성도 열었다.
간호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의료법에 있던 간호 업무를 떼어내 독자적으로 규율하는 간호법 제정 추진을 정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4월 이런 취지의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제정이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겠다며 의사가 할 일을 대거 간호사들에 떠맡겨 결과적으로 환자와 간호사 모두 보호할 수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업무 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 맡겼다”며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어 진료에 혼선이 생겨 환자 안전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의사와 간호사 업무 간 모호한 경계를 없애는 건 중요하지만 (피에이 간호사 등) 면허와 자격, 교육과 훈련에 관한 법·제도적 장치도 만들지 않고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무제한 허용하는 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인력을 대폭 확충해 간호사가 더 이상 의사 업무를 하지 않고 간호사 업무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든지, 아니면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 자격과 업무 영역을 명확히 제도화하든지 해야한다”며 “지금처럼 임시방편적 업무 떠넘기기로는 의사와 간호사 업무 범위 논란과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는정부 대책에 대해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라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피에이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은 의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의사를 늘리자는 데 반대해 왔다”며 “의대 증원을 수용하고, 전공의들이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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