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때 애국자" 용주골 철거 막는 성매매 종사자들 [밀착취재]
"한국전쟁 후 국가가 성매매 묵인
미군 대상 종사자, 애국자로 불려
철거 앞서 자립할 시간 달라" 주장
한국전쟁 직후 파주시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 기지촌이 형성됐다. 한때 전국에서 1000명 넘는 성매매 종사자가 모여 250여곳의 업소가 영업했다. 파주읍 연풍리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 ‘용주골’도 그중 하나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해 1월 새해 1호 공식 문서로 ‘성매매 집결지 정비 계획’을 승인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해 용주골을 폐쇄하겠다 밝혔다.
파주읍은 이번 울타리 철거가 시설 노후로 인한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창우 파주읍장은 “낡은 울타리는 철거하고 새로 가드레일을 설치하도록 예산을 확보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사자들은 기존 가림막 역할을 할 수 없는 가드레일은 종사자들의 밥벌이를 지켜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전 문제를 내세웠지만 결국엔 종사자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시장과 형식적인 면담이 한차례 있었을 뿐 정작 종사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는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파주시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자활지원조례 역시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종사자가 이곳을 터전 삼아 살고 있고 적잖은 경우 한부모로 육아도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약간의 지원금을 준다고 자립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름(활동명)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는 “불법적인 일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한국전쟁 이후 국가가 성매매를 묵인했고 심지어는 미군 대상 종사자를 ‘애국자’라고도 칭했다”며 “당장 철거하겠다는 울타리조차 시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여기가 성업한다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필요 없으니 없앤다는 태도는 이중잣대”라고 꼬집었다.
시는 2023년 1월부터 6차례에 걸쳐 종사자와 업주 대표 등과 면담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파주시는 언제든 대화 요청에 응할 용의가 있으며, 2년이라는 지원 기간은 다른 지역의 조례와 비교했을 때보다 길다”고 말했다.
본보는 지난 3월 8일 자 「"우린 한때 애국자" 용주골 철거 막는 성매매 종사자들 [밀착취재]」 제목의 기사를 비롯한 다수의 기사를 통해, 파주시청과 성매매 종사자들 간의 갈등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시청 측은 “집결지 폐쇄를 위해 성매매피해자, 업주 대표 등과 충분히 면담을 실시하였으며,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생계비, 주거비, 직업 훈련비, 자립 지원금 지급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은 ‘용주골 지우기’가 아닌,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를 멈추고 성매매피해자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위함이며, 집결지 폐쇄 이후에는 이곳을 여성 폭력에 대한 기억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파주=글·사진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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