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왜 그래”…여성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섭다

8일 ‘세계 여성의 날’…한국여성의전화 상담사례 5981건 분석
폭력 피해 상담 중 50.8%는 배우자·애인이 가해자
피해자·가해자 가족 등에 의한 2차 피해도 다수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2명 중 1명은 애인이나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여성인권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전국 21개 상담소에 접수된 여성 폭력 피해 상담사례 5981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분석결과에 따르면 상담을 요청한 여성 중 50.8%는 과거나 현재의 배우자(40.6%)와 애인·데이트 상대(10.2%)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부모·자녀·친척 등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17.5%였고, 직장 관계자 8.3%, 동네 사람·지인 3.4%, 채팅 등 인터넷 3.1%, 동급생·선후배 2.8%의 순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2.9%, 단순 대면인은 2.4%에 그쳤다.

이는 여성 폭력 피해사건 대부분이 생활 영역을 공유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아는 가해자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한국여성의전화는 분석했다.

폭력 유형별 상담 건수. 한국여성의전화

폭력 피해 유형별(이하 복수 응답)로는 가정폭력(57.9%)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성폭력 45.5%, 스토킹 10.5%, 데이트폭력 10.1%, 직장 내 성적 괴롭힘 7.2%, 사이버 성폭력 3.1% 등의 순이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 2차 피해 건수. 한국여성의전화

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 이후 2차 피해를 겪었다고 상담한 사례는 1797건이었다. 이 가운데 35.7%는 피해자 가족·주변인으로 인해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가해자 가족·주변인 30.6%, 경찰 23%, 직장 2.7% 등의 순이었다.

2차 피해의 형태는 다양했다.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이 법적 대응을 시도하려는 피해자에게 ‘그냥 잊으라’고 권유하는 사례가 많았다. 가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니냐’ ‘네가 내 아들 인생을 망쳤다’는 등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 등 수사 기관 담당자도 ‘둘이 원만히 해결해라’ ‘부부 사이에 스토킹 사건 접수는 어렵다’고 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 사례도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삭감됐고,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는 폐지 수순을 예비한 장관 공석 상태”라며 “여성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