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긴장 높아지나? '관리 모드' 속 무력 사용 가능성도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여겨졌던 대만 총통선거가 끝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중국의 바람과는 달리 독립성향을 지닌 현 집권당 민주진보당의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었다. 친중성향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던 중국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대만 신임 총통의 취임식은 5월 20일 열리게 된다. 아직 두 달 이상이 남아 있지만 신임 총통 라이칭더(賴淸德)의 취임사가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평소 대만 이 중국의 일부가 아님을 강조하며 공공연히 독립을 외쳤던지라 취임사에서 이 부분을 강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전 주미 대만대표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독립을 입에 올리는 대만인은 없다. 대만은 이미 주권독립 국가이며 정식명칭은 중화민국이다. 이미 독립된 상태인데 다시 독립을 논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신임 총통도 과거와는 달리 대만해협의 현상에 변화를 가져올 언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양안 긴장관계를 이용한 미국의 돈벌이
당사자를 제외하고 대만해협의 현상유지 여부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대만독립도 미국의 동의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주요 지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와 국방설비 수출은 계속하고 있다.
일전 미국은 대만에 7500만 달러 상당의 전술적 데이터링크 업그레이드 계획 및 관련 설비를 판매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400명의 정부 관원과 기술인원이 대만에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반중성향의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어 대만해협의 국면이 긴장상태에 접어든 뒤 미국이 대만에 판매할 첫 번째 국방설비이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13번째 수출에 해당한다. 공격형 무기는 아니지만 국방설비의 대만 수출은 당연스럽게 중국을 자극했다.
돌발사건으로 경색되어가는 양안관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대만해협의 긴장관계가 더욱 고조되는 상황에서 돌발사건이 발생했다. 2월 14일 오후 1시경, 중국대륙과 가장 근접한 대만령 진먼섬(金門島) 인근 해상에서 불법어로 중이던 중국어선이 대만 순시선의 단속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어선이 전복되어 선원 4명이 물에 빠지고 그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즉각 대만해협 양안 모두로부터 고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대만해협의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대만 측에서는 애초 해당 선박이 삼무선(3無(무), 이름도 없고, 선적도 없으며 선박증명서도 없는)이자 조사 결과 어획물도 어구도 발견되지 않은 밀수선이 분명하여 중국 당국마저도 불법 선박으로 간주하여 처벌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사건 발생에 사과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륙어민 사망사건에 난데없이 한국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만 국책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011년 3월 3일 불법어로 중이던 중국 어선에 한국 해경이 총격을 가한 사건을 예로 든 것이다. 이후로도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는 근절되지 않았고 단속과정에서 매년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한국 측은 유감만 표시할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단속을 강화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강조하며 '단속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과와 유감 표시
반면 대만사무를 관장하는 중국 국무원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순시선이 의도적으로 중국 선박을 침몰시킨 것으로 간주했다. '삼무선' 단속에 소홀한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을까, 뇌물을 받고 밀수선을 단속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받을까 염려한 중국 해경은 국무원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대륙 연안에서 조업하고 있는 대만 선박을 강제로 조사하여 이목을 분산시키고자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중국과 대만 대표는 진먼섬에서 15차례의 비공개회담을 갖고 해결책을 찾고자 했으나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선 9차례 회담에서의 쟁점은 사과의 방식을 둘러싸고 의견이 맞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 중국 측에서 원래 주장하던 공개사과 대신 서면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선까지 태도를 누그러트리면서 회담은 재개됐다.
속개된 회담에서는 의도적 충돌인가 아니면 법집행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한 사건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대만 해양 순시선이 집행 시 과정을 녹화하지 않아 '충돌'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것이다.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되자 중국 대표들은 3월 5일 샤먼(廈門)으로 되돌아갔다. 진먼을 떠나면서 중국대표단 단장 리차오후이(李朝暉)는 대만 당국이 기본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모든 책임은 대만 당국에 있다고 성토했다. 대표단과 함께 진먼으로 건너온 사망자 유족들도 대만에서 건넨 위로금 접수를 거부하고 망자들에게 분향한 뒤 샤먼으로 귀환했다.
우리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대만 행정원장은 대륙의 삼무선이 금지해역에 무단 침입하자 해양순시원이 법에 따라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유가족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상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성의가 부족하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돌발사건으로 인한 양안 간 정치폭풍은 단기간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군사훈련에 참관단 파견하는 미국
중국 어민 사망사건으로 양안관계가 어수선해진 사이에 긴장을 더욱 증폭시킬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3월 7일 대만 국방부는 입법원에 '한광40호(漢光40號)'훈련에 미군 관찰단을 초청할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한 지휘소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한광훈련은 통상 4박 5일 동안 진행된다. 국방부는 올해 훈련은 7박 8일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지난해 한광연습 때는 다수의 미군관찰단이 동참했다.
올해도 미군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장은 "반드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직접 참여가 아닌 관찰이라 할지라도 대만에 미군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광연습이 다가올수록 대만해협의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자제하는 중국, 긴장하는 대만
국무원대만사무판공실 주임 쑹타오(宋濤)는 이번 사건을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로 규정했다. 그런 뒤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어떠한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 보아 베이징 당국은 이번 사건을 진먼해역 혹은 대만해협 양안의 긴장관계를 증폭시키는 빌미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국방부도 어떠한 의견이나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군함이 진먼 인근에 출몰한 경우도 없었다. 이 역시 베이징 당국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법 집행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대만해협의 긴장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만 내부 일부에서는 어민 사망사건을 빌미삼아 중국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긴장하고 있다. 중국인민 사이에 대만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면 베이징 당국도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중국이 국부적이나마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영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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