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무등태운 진보당 …"상속세율 90%, 부유세 도입"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진보당의 급진 좌파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을 발판으로 삼아 국회 입성을 추진하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대 재벌의 해체, 국가기간산업의 국·공유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가정보원 무력화 등을 시도했던 19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행보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의 '좌클릭'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2014년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판결로 사라진 통합진보당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했던 인사 가운데 최대 6명이 22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이 추천하는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이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로 총 30명을 선정할 예정인데 진보당 몫으로 추천된 이들 3명은 당선 안정권에 배치될 전망이다. 시민사회 몫으로 배정된 4명의 국민 추천후보에도 진보당 관련 인사가 포함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추천심사위원회는 전날 12명의 국민 추천후보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중 이주희 변호사와 서정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장흥군농민회 사무국장 등이 진보당 관련 인사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공동행동'에서 활동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아내 정경심 씨를 변호했다. 서정란 전 사무국장은 진보당 전남도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인사다. 진보당과 민주당 간 후보 단일화 합의에 따라 울산 북에서도 진보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당은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합의하면서 울산 북의 경우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윤종오 전 의원이 단일 후보가 됐다. 윤 전 의원은 과거 통합진보당과 민중당 소속으로 활동했던 인사다.
진보당은 4·10 총선을 앞두고 급진적 공약을 발표했다. 10대 공약에는 검찰청을 해체하고, 전국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은행 등 금융사에서 횡재세를 거둬 서민부채탕감기금을 조성해 서민 부채를 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산 100억원 이상인 국민을 대상으로 슈퍼리치 부유세를 도입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90%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도입도 포함됐다. 현행 7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과 금액을 각각 18세, 3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담겼다.
정혜규 진보당 대변인은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이승만 정부 때도 상속세 최고세율은 90%를 적용했다"며 "상상 불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한국 사회 변화를 위해 한발 앞선 정책을 제시하는 게 진보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물론 진보당 인사들이 원내에 진입해 이 같은 공약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들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정책 연대까지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활동했던 19대 국회 때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옛 통합진보당 의원 6명은 19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2012년 5월 30일부터 헌법재판소의 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2014년 12월 23일까지 940일간 국회에서 83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병윤 전 의원은 국정원의 정보 수집 범위를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등 국가안보에 관련된 해외 정보로 한정하는 등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 혐의로 이석기 전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기 20일 전에 발의돼 '국정원 무력화 법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은 이외에도 정당해산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법안이나 24시간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안 등을 제출했다.
또 이들 의원은 자료제출요구권을 활용해 국가 기밀 확보를 시도해 논란이 됐다. 이석기 전 의원은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이상규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시험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서 보안 담당 경찰 176명의 이름과 소속·계급 등을 함께 요구했다. 오병윤 전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철도·항공·물류 등의 상세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진보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손길을 내밀고 있는 '자매 정당'도 민주당을 과거보다 더 좌클릭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과 협력을 모색하는 조국혁신당은 진보당과 목소리를 같이하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진보연합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 체제를 재산세와 토지세로 개편한 후 토지세로 확보한 세수로 월 10만원씩 전 국민에게 배당처럼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행 횡재세 등으로 50조원 이상의 소상공인재생기금을 조성한 후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손일선 기자 / 서동철 기자 / 위지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보, 이車 아니면 돈 못줘”…3분만에 품절, 벤츠·BMW 대신 줄서서 샀다 [최기성의 허브車] -
- 김흥국 “우파 연예인들 겁 먹고 못 나와…목숨 걸겠다” - 매일경제
- “12년째 꼴찌라니”…한국이 받은 충격적 성적표, 대체 뭐길래? - 매일경제
- ‘참의사’라며 조롱하고 왕따시키고···환자 지킨 전공의 ‘조리돌림’ - 매일경제
- 신상 털고 털리고 ‘아사리판’…“이 사람이 김포 공무원 저격” 논란 - 매일경제
- [단독] 신세계 정용진 회장 승진, 이명희 총괄 회장으로 - 매일경제
- “류현진 영입한 셈”…치어리더 박기량 ‘이적’, 롯데 떠나 두산으로 - 매일경제
- ‘위기론’까지 나왔던 삼성전자 성적표 열어보니[위클리반도체] - 매일경제
- ‘명룡대전’ 이재명 45%·원희룡 41%…계양을 오차범위 내 접전 [갤럽] - 매일경제
- 선수단 격려금이랬는데 주식 투자·자녀 용돈·여행비 사용? 검찰, 김종국·장정석 배임수재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