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트럼프 '전임자'라 부르며 … 67분간 증세·낙태권·국경정책 열변
MAGA에 맞서 '위대한 컴백'
공약 쏟아내며 출정식 방불
민주 의원들 "4년 더" 연호
임시항구 지어 가자 지원계획
中·러엔 "美가 평화 지킬것"
2021년 의회 점거 사태 언급
"전임자 이런진실 묻으려 해"
"Four more years(4년 더)! Four more years!"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국정연설을 위해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입장하자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연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맞서 '미국의 위대한 컴백'을 부각했다.
차기 정부의 공약을 줄줄이 읊으면서 67분간 이어진 국정연설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대결하는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한 어조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다만 '트럼프'라는 이름을 전혀 부르지 않고 'my predecessor(나의 전임자)'라고 13차례나 언급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미국 내외에서 동시에 공격받는 역사상 전례 없는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지역까지 넘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으로 대통령을 지낸 나의 전임자는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라(Do whatever the hell you want)'고 말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말이 안 되고 위험하며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물러서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의 초당적 처리를 의회에 요청했다.
이어 그는 2021년 1월 6일 의회 점거 폭력 사태를 상기시키며 "반란군이 의사당을 습격해 민주주의에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도 제 전임자는 이런 진실을 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된 여성의 낙태 선택 자유권도 부각하며 여성 표심을 자극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되다 2022년 폐기된 여성 낙태권리 보호판결인 '로 대 웨이드'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인 약점으로 지목된 불법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는 남부 국경정책 강화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이민자들이 우리 민족 피를 중독시킨다'는 식으로 저는 이민자를 악마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 공약을 거듭 꺼냈다. 그는 대기업에 공정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서 법인세 최저한세를 기존 15%에서 21%로 인상하고 억만장자에게 최소 25% 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로 연방 적자를 3조달러(약 3985조원) 줄일 것이며, 이는 공화당의 감세정책과 대조적이라고 각을 세웠다. 처방약 인하, 향후 2년간 주택담보대출 월 400달러 보조금 지급, 모든 아동에게 유치원 교육 제공 등 민생 공약도 내놓았다.
대중(對中)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충돌이 아니라 경쟁을 원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 무기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했다"며 "저는 중국에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전임자는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과 동맹을 강화했다"며 한국을 포함해 인도, 호주, 일본, 태평양 도서국 등을 열거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물과 식료품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임시 부두를 지중해에 건설할 계획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휴전 협상 진전을 촉구하고 임시 항구가 식량과 물, 의약품, 임시 보호시설을 운반하는 선박을 수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는 내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공화당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 내내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보, 이車 아니면 돈 못줘”…3분만에 품절, 벤츠·BMW 대신 줄서서 샀다 [최기성의 허브車] -
- [단독] 신세계 정용진 회장 승진, 이명희 총괄 회장으로 - 매일경제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사직서 낸다…응급·중환자실 환자 어쩌나 - 매일경제
- “류현진 영입한 셈”…치어리더 박기량 ‘이적’, 롯데 떠나 두산으로 - 매일경제
- “오죽하면 청약통장까지 깰까”…부동산 침체에 특례대출 돈줄 마른다 - 매일경제
- 이재명 배현진 그리고 이천수까지…피습 반복되는 혐오의 정치 - 매일경제
- ‘참의사’라며 조롱하고 왕따시키고···환자 지킨 전공의 ‘조리돌림’ - 매일경제
- “비밀유지 서약서까지 썼는데”…K반도체 핵심기술 이렇게 털렸다 - 매일경제
- 3월말부터 호텔에서 사라지는 무료 서비스…안 지키면 ‘벌금 300만원’ - 매일경제
- 선수단 격려금이랬는데 주식 투자·자녀 용돈·여행비 사용? 검찰, 김종국·장정석 배임수재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