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임금격차 해소·돌봄노동 존중"…'여성의 날' 도심 집회
"여성 노동의 가치 제대로 인정받아야"
여성노동계,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 5대 요구안 제시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수천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성별 임금 차별과 가사·돌봄노동 홀대 등 노동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3시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세계 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본대회에 앞서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집결해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했다.
이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반(反)여성 정책 기조를 질타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노동 내 성차별 문제를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화된 성차별은 없다'고 이야기하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인사청문회 도중 뛰쳐나간 장관 후보는 해를 넘겨 오늘까지도 새롭게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심각한 직무 유기이고 여성차별을 가속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한국은 12년째 유리천장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로 조사됐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기회가 가장 어렵다는 의미"라며 "기업의 임원 비율, 국회의원 비중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데 구조화된 차별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금 격차다, OECD 평균인 11%의 3배가 넘는다"며 "우리의 노력으로 조금씩 격차가 줄던 성별 임금 격차는 윤석열 정권 들어 다시 확대됐다. 정부의 정책이 차별을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현실에 대해 윤석열 정권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느낀 성차별 문제를 짚는 발언도 이어졌다. 건설노조 박미성 부위원장은 "건설 현장에는 21만 명이 넘는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일한다"며 "하지만 노동법도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부위원장은 "남성이 85%가 넘는 건설 현장에서 성희롱·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예방교육이나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모든 노동환경이 성평등 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고 실질적인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박시현 부위원장은 "공무원은 고용에서 여성이 성차별을 겪지 않는 몇 안 되는 직종 하나로 2022년 인사혁신처 통계연보에 의하면 국가직 중 여성 비율은 48.5%, 지방직은 49.4%"라면서도 "실상을 살펴보면 여성 공무원은 소위 여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교육·보건·일반직에 쏠려 직종 안에서도 성별로 나뉜다"고 비판했다.
임금·승진에서도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박 부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증가하는 직업군은 직업과 관계없이 서비스가 강조되며, 임금은 억제된다고 한다"며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여성이 많이 포진된 일반 행정직과 교육직 등은 악성민원이 꾸준히 증가했고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낮게 올라갔지만, 남성이 많이 포진된 경찰, 군인, 소방직종은 최저임금보다 높게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진을 빨리하기 위해서는 근무성정평가가 잘 나오는 기획, 감사, 예산 같은 중심 업무를 맡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직무에는 대다수가 남성이 배치됐고, 감정노동이 필요한 복지나 단순 민원 업무 같은 주변 업무에는 90% 이상 여성이 배치됐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성별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가장 중요한 임금 공개를 뺀 채 도입했다"며 "여가부 폐지에 열 올리지 말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내실 있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 20분쯤에는 2024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여성파업조직위)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집회를 열고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오늘 우리는 엄마도, 딸도, 며느리도, 아줌마도, 아가씨도 아닌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우리의 노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파업을 조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파업조직위는 "삶 전체를 희생해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폭력과 학대도 견디는 순종적인 '아내'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여성성'이었다"며 "여성 노동자는 불완전한 노동자로 전락해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이 세상을 생산하고 재생산해 온 노동자들"이라며 "우리의 노동이 지워지거나 우리의 투쟁 역사가 삭제되지 않도록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바꿔내자"고 했다.
그러면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고용안정 및 비정규직 철폐 △임신 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 근로자들이 선거권과 노조 결성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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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나채영 수습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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