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겨질 것 같아 걱정"…의사 떠난 병원, 간호사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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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하던 거죠."
8일 오전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6년 차 간호사 최모씨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동의서까지 받는 간호사들"안 그래도 손 없어요"━ 6년 차 간호사 박모씨(28·여)가 근무하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역시 병동별 최고연차 간호사가 수술동의서를 받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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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하던 거죠."
8일 오전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6년 차 간호사 최모씨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정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 업무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전문간호사와 PA(전담)간호사가 수술 동의서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수술 동의서 작성은 전공의와 전문의가 전담으로 맡아왔다. 수술의 필요성, 부작용 가능성, 부작용 발생시 대처 방안 등을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전공의가 떠나면서 펠로우(임상의)와 교수님이 수술 동의서를 작성해왔다"며 "하지만 그래도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보니 전담 간호사들까지 동원하게 됐다. 책임이 커진 만큼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 PA간호사, 일반간호사로 구분하고 업무 범위를 설정했다. 세 부류의 간호사들은 모두 응급상황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혈액 등 각종 검체 채취, 심전도·초음파·코로나19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PA간호사는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도 작성할 수 있다. 의사의 최종 승인은 받아야 한다.
일선 간호사들 사이에선 '의사 업무를 떠맡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오전 방문한 서울의 한 병원에서도 의료진들은 "이번 전공의 파업은 진짜 역대급인 것 같다" "간호사가 약을 처방하는 건 아니지 않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기 어렵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6년 차 간호사 박모씨(28·여)가 근무하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역시 병동별 최고연차 간호사가 수술동의서를 받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뒤 교수가 대신 맡아오던 일을 간호사도 나눠 맡은 것이다.
박씨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안내하는 수술 동의서에는 "귀하의 증상과 치료 및 후유증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면 '들었음'이라고 기재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류 하단에는 담당 의사 서명란이 있는데 보통 수술을 담당하는 교수가 서명한다. 병원 행정시스템에는 수술관련 설명과 동의를 받는 절차를 모두 교수가 한 것으로 기록된다. 그간 이 같은 업무는 의사가 담당하는 업무로 여겨졌다.
지난달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퇴사한 간호사 A씨(28·여)는 "병동에 있을 때 간호사로서 해야 하는 의료행위보다 행정 처리 업무가 더 스트레스였다"며 "그런 일에 밀려 간호사로서 해야 하는 업무에 소홀해 질 때 스스로 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27·여)는 "이렇게 한번 허용이 되면 나중에 전공의가 돌아와서 '그 때는 했는데 지금은 왜 못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손 없는데 간호 인력은 잘 늘어나지 않는다"며 "잡무도 많아지고 책임도 떠넘겨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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