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 맞추는 S존 “그럼 난 어떻게 쳐?”···타자들 불안감, 시범경기 열흘로 극복할 수 있나[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3. 8. 17:20
9일 시범경기부터 적용되는 ABS, 실전 앞둔 타자들 반응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지를 찾아 규정 설명회를 가졌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과 수비시프트 제한, 시범도입되는 피치클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선수단이 질문하면 심판위원들이 답을 했다. 바뀐다고 결정된 이후 처음 갖는 설명의 자리, 구단별로 달랐지만 질문이 쏟아져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팀들도 있었다.
완전히 이해하고 경기해야 할 당사자인 선수들은 올해 바뀌는 것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아직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현재 가장 큰 혼란은 역시 ABS다. 야구의 근본인 스트라이크존을 측정하고 적용하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포수, 투수들이 걱정했지만 도입 과정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타자들의 걱정이 매우 커지고 있다. ABS 시스템에 입력되는 스트라이크존이 타자의 ‘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원래 스트라이크존은 타자마다 다르다.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한 타자를 기준으로,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해 심판의 눈으로 가늠한 스트라이크존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이제 KBO가 도입한 ABS에서는 각 타자의 선 키가 기준이 된다. 타자 키의 56.35%가 상한, 27.64%가 하한 지점이다. 즉, 타격폼이나 자세와 관계 없이 키가 같은 선수들은 무조건 동일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받는다. KBO는 “동일한 키 선수들의 값을 평균치를 냈다. 기존 존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타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거의 서서 치는 타자도 있고, 웅크릴 정도로 숙이고 치는 타자도 있다. 오픈스탠스냐 노스탠스냐에 따라서도 타격할 때 키는 크게 달라진다. 현재 은퇴한 이대형처럼 ‘누워서 친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극단적인 폼의 타자도 KBO의 ABS에 따르면 거의 서서 치는 유형의 같은 키 타자와 동일한 존을 적용받는 것이다. “나는 그럼 어떻게 쳐야 되는 거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 타자는 “그냥 완전히 똑바로 서서 치는 타자가 어디 있나. 설명회 때, 애초에 평균 타격 폼 자세에서 존을 설정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신장으로 측정한 존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기존 존과 별 차이 없다고만 답을 주더라. 그냥 비슷하다고만 하면 안 되는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타자는 “치고 나가는 순간까지는 못 재더라도 타격 자세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나. 이렇게 되면 타자들이 ABS에 타격폼을 맞추란 얘기인 건가”라고 말했다.
키가 작은 타자는 상하 존이 워낙 좁으니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원래도 존이 좁았다. 실제 리그의 대표적인 단신 타자 한 명은 “나는 많이 숙이고 치는데, 그럼 기존에 높은 볼이었던 공을 다 쳐야 되는 건가”라고 했다.
KBO는 타자에 따라 개별적인 타격 자세에 맞춰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해 단순히 신장으로 기준을 통일했다는 설명이다. 부작용이란 ‘타자가 시즌 중 폼을 바꿀 경우’, 그리고 ‘타석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투수를 속이기 위해) 악용할 경우’라고 했다. KBO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공감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한 베테랑 타자는 “시즌 중 타격 자세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바꾸는 타자가 있나. 시즌 전에 자기 평균 타격폼을 입력해놓고 올시즌 당신의 존은 이것이라고 룰로 정해놓으면 되지 않나. 그럼 중간에 폼 변화는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아예 선 키로만 재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그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타자는 “타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한 번 설정해놓는 존이 타석에서 움직인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투수를 속이려고 자기 타석을 포기한다는 소리인가”라고 되물었다.
KBO는 기존 심판 판정 정확도가 91.3%, ABS는 95~96%라고 설명했다. 훨씬 나아질 일관성과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으로 도입하고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인만큼 일단 믿고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KBO는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ABS는 무리 없이 연착륙할 수도 있다.
KBO의 제도가 타자에게만, 혹은 투수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선수 개인의 뜻을 다 반영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은 야구의 핵심이다. 당장 올시즌 기록, 몸값으로 연결되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ABS의 출발점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느끼니 불안감이 싹트는 것이다. 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한 ABS로 인해 오히려 불안감을 갖고 시즌을 출발하게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ABS 도입을 결정한 KBO는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야 구단별로 선수들의 정확한 신장 측정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올시즌 자신의 운명을 가를 스트라이크존을 9일 시작되는 시범경기 단 10경기에서 테스트해보고 정규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한 베테랑 타자는 “하면 할 수야 있다. 생소하다보니 선수들이 지레 겁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성공만 한다면 정말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도 경험을 해보고 시작해야 할 것 아닌가. 도입할 거면 1군에서도 몇 년 간은 시범경기라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시범경기 고작 10경기다. 선발 투수들은 몇 번이나 연습해볼 수 있나”라고 말했다.
선수들 중에도 다른 시선은 있다. 또다른 베테랑 타자는 “나도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다 불만은 생길 것 같다. 결국은 시범경기 하면서 몸소 느껴보고나서 그때 물어보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미 하기로 했는데 뭘 어쩌겠나. 생각을 달리 먹고 빨리 적응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지를 찾아 규정 설명회를 가졌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과 수비시프트 제한, 시범도입되는 피치클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선수단이 질문하면 심판위원들이 답을 했다. 바뀐다고 결정된 이후 처음 갖는 설명의 자리, 구단별로 달랐지만 질문이 쏟아져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팀들도 있었다.
완전히 이해하고 경기해야 할 당사자인 선수들은 올해 바뀌는 것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아직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 현재 가장 큰 혼란은 역시 ABS다. 야구의 근본인 스트라이크존을 측정하고 적용하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포수, 투수들이 걱정했지만 도입 과정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타자들의 걱정이 매우 커지고 있다. ABS 시스템에 입력되는 스트라이크존이 타자의 ‘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원래 스트라이크존은 타자마다 다르다.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한 타자를 기준으로,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해 심판의 눈으로 가늠한 스트라이크존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이제 KBO가 도입한 ABS에서는 각 타자의 선 키가 기준이 된다. 타자 키의 56.35%가 상한, 27.64%가 하한 지점이다. 즉, 타격폼이나 자세와 관계 없이 키가 같은 선수들은 무조건 동일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받는다. KBO는 “동일한 키 선수들의 값을 평균치를 냈다. 기존 존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격 폼 무관, 신장 측정 스트라이크존 설정’에 타자들 대혼란
그러나 많은 타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거의 서서 치는 타자도 있고, 웅크릴 정도로 숙이고 치는 타자도 있다. 오픈스탠스냐 노스탠스냐에 따라서도 타격할 때 키는 크게 달라진다. 현재 은퇴한 이대형처럼 ‘누워서 친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극단적인 폼의 타자도 KBO의 ABS에 따르면 거의 서서 치는 유형의 같은 키 타자와 동일한 존을 적용받는 것이다. “나는 그럼 어떻게 쳐야 되는 거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 타자는 “그냥 완전히 똑바로 서서 치는 타자가 어디 있나. 설명회 때, 애초에 평균 타격 폼 자세에서 존을 설정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신장으로 측정한 존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기존 존과 별 차이 없다고만 답을 주더라. 그냥 비슷하다고만 하면 안 되는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타자는 “치고 나가는 순간까지는 못 재더라도 타격 자세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나. 이렇게 되면 타자들이 ABS에 타격폼을 맞추란 얘기인 건가”라고 말했다.
키가 작은 타자는 상하 존이 워낙 좁으니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원래도 존이 좁았다. 실제 리그의 대표적인 단신 타자 한 명은 “나는 많이 숙이고 치는데, 그럼 기존에 높은 볼이었던 공을 다 쳐야 되는 건가”라고 했다.
KBO는 타자에 따라 개별적인 타격 자세에 맞춰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해 단순히 신장으로 기준을 통일했다는 설명이다. 부작용이란 ‘타자가 시즌 중 폼을 바꿀 경우’, 그리고 ‘타석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투수를 속이기 위해) 악용할 경우’라고 했다. KBO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공감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한 베테랑 타자는 “시즌 중 타격 자세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바꾸는 타자가 있나. 시즌 전에 자기 평균 타격폼을 입력해놓고 올시즌 당신의 존은 이것이라고 룰로 정해놓으면 되지 않나. 그럼 중간에 폼 변화는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아예 선 키로만 재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그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타자는 “타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한 번 설정해놓는 존이 타석에서 움직인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투수를 속이려고 자기 타석을 포기한다는 소리인가”라고 되물었다.
불안감 안고 시작해야 하는 시즌···“차라리 생각 접고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의견도
KBO는 기존 심판 판정 정확도가 91.3%, ABS는 95~96%라고 설명했다. 훨씬 나아질 일관성과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으로 도입하고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인만큼 일단 믿고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KBO는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ABS는 무리 없이 연착륙할 수도 있다.
KBO의 제도가 타자에게만, 혹은 투수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선수 개인의 뜻을 다 반영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은 야구의 핵심이다. 당장 올시즌 기록, 몸값으로 연결되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ABS의 출발점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느끼니 불안감이 싹트는 것이다. 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한 ABS로 인해 오히려 불안감을 갖고 시즌을 출발하게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ABS 도입을 결정한 KBO는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야 구단별로 선수들의 정확한 신장 측정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올시즌 자신의 운명을 가를 스트라이크존을 9일 시작되는 시범경기 단 10경기에서 테스트해보고 정규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한 베테랑 타자는 “하면 할 수야 있다. 생소하다보니 선수들이 지레 겁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성공만 한다면 정말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도 경험을 해보고 시작해야 할 것 아닌가. 도입할 거면 1군에서도 몇 년 간은 시범경기라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시범경기 고작 10경기다. 선발 투수들은 몇 번이나 연습해볼 수 있나”라고 말했다.
선수들 중에도 다른 시선은 있다. 또다른 베테랑 타자는 “나도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다 불만은 생길 것 같다. 결국은 시범경기 하면서 몸소 느껴보고나서 그때 물어보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미 하기로 했는데 뭘 어쩌겠나. 생각을 달리 먹고 빨리 적응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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