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격을 빛나게 하는 말 한마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성경에서는 "많은 이가 칼날에 쓰러졌지만 혀 때문에 쓰러진 이들보다는 적다"(집회서 28장 18절)는 구절을 통해 우리가 매일 하는 말의 힘과 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가르쳐 준다.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정성껏 쌓은 공든 탑이 한번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다른 이에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가정이나 직장, 혹은 친구를 만날 때도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한마디 말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직장·가정서도 흔해
말하는 것도 훈련이고 습관
해야 할 말과 침묵 구분해
나와 타인의 삶 빛나게 하길
성경에서는 "많은 이가 칼날에 쓰러졌지만 혀 때문에 쓰러진 이들보다는 적다"(집회서 28장 18절)는 구절을 통해 우리가 매일 하는 말의 힘과 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가르쳐 준다.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정성껏 쌓은 공든 탑이 한번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다른 이에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먼저 말의 중요성과 힘을 잘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삶을 성찰해 보면 실수와 잘못이 말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잣대가 된다. 가정이나 직장, 혹은 친구를 만날 때도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한마디 말이다.
고 정진석 추기경은 정치인들이 찾아오면 꼭 하는 말씀이 있었다. "외국에는 정치인들의 명연설이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됩니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멋진 연설을 듣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막말'을 주고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한 말씀이라 생각한다.
말은 자신도 모르게 배우게 되고 습관이 돼 고치기도 어렵다. 내가 어린 시절 시장에서 아이들이 욕하는 것을 듣고 집에 와서 똑같이 말하다 경을 친 적이 있다. 그날 아버지에게 호되게 회초리를 맞았고 그 이후로 나는 욕설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여중생 무리가 탔는데 자신의 친구를 험담하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욕설을 해서 놀랐다. 옆자리에 앉은 어른이 호되게 야단을 쳐서 아이들은 말을 그쳤다. 내 옆의 아주머니가 "그래도 쟤네들은 착한 거예요. 보통은 어른에게도 '네가 뭔데' 하면서 욕설을 하고 대드는 아이가 많아요" 하면서 한숨을 쉬셨다.
대개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싸움은 말, 특히 막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막말은 일종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악의적인 댓글, 악플도 똑같은 형태의 폭력성을 띤다.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 생각해서인지 막말의 수위가 더 높아지고 대담해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지인이 "너는 죽어야 한다. 네 아들과 함께 죽어라" 등의 심한 악플에 시달렸다. 그는 처음에는 참으려 했지만 악플이 계속되자 자존감이 떨어지고 정말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지경이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경찰에 악플러들을 고소했고 수사를 하고 있다. 막말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비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물론 말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막말이 나오고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막말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주 사용되고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말을 처음 배우는 자식의 교사이자 거울이다. 부모들이 하는 올바른 말의 훈련은 훌륭한 자녀 교육의 첩경이 된다. 자녀들이 예의 없고 바르지 못한 말버릇을 지니고 있다면 우선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말버릇에 가장 잘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허한 것이 아니다. 말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라틴어에서 '축복'은 '베네딕시오(benedictio)'인데, 그 뜻은 '좋게(bene) 말하다(dicree)'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축복처럼 들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하는 것도 습관이고 훈련으로 단련된다. 어느 경우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고통을 각오하고 꼭 해야 하는 말, 때로는 침묵할 때도 있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 인생의 지혜가 된다. 그래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요소가 된다. 하루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루에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보, 이車 아니면 돈 못줘”…3분만에 품절, 벤츠·BMW 대신 줄서서 샀다 [최기성의 허브車] -
- [단독] 신세계 정용진 회장 승진, 이명희 총괄 회장으로 - 매일경제
- “77층 짓고 싶은데 공사비가 미쳤어요”...눈높이 낮추는 재건축 단지들 - 매일경제
- “비밀유지 서약서까지 썼는데”…K반도체 핵심기술 이렇게 털렸다 - 매일경제
- “오죽하면 청약통장까지 깰까”…부동산 침체에 특례대출 돈줄 마른다 - 매일경제
- ‘친윤’ 생존했는데…유승민계는 불출마·컷오프·험지행 - 매일경제
- “류현진 영입한 셈”…치어리더 박기량 ‘이적’, 롯데 떠나 두산으로 - 매일경제
- “엄마 나 잘했어?”…청년들, 희망적금 13조 빼더니 비트코인 샀나 - 매일경제
- ‘참의사’라며 조롱하고 왕따시키고···환자 지킨 전공의 ‘조리돌림’ - 매일경제
- 선수단 격려금이랬는데 주식 투자·자녀 용돈·여행비 사용? 검찰, 김종국·장정석 배임수재 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