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H지수 파생상품 ‘1조’ 배상 나설까…자율배상 카드 두고 고심
분조위 등 거치면 배상에 상대한 시일 소요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시중은행이 과거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자율배상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ELS는 개별 주식 가격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투자상품이다. 올해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은행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도 원금 손실이 1조원가량 발생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일 홍콩H지수 ELS 배상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배상 비율은 투자자별로 0~100% 차등화될 전망이다. 이는 금감원은 배상기준에 투자자 연령, 투자 경험·목적, 창구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빠르게 자율배상을 이행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의 홍콩H지수 ELS 가입자 25%가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라서다. 이들 고령 투자자는 노후 대비 자금으로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해 원금을 50% 이상 잃었다.
은행이 자율배상 대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등을 거쳐 배상비율을 합의할 수도 있다. 분조위를 통한 조정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 만약 분조위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양측은 사적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은행에선 분조위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율배상을 할 경우 발생할 주주총회 문제 제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을 상대로 자율배상 이행시 과징금 감경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 현장검사에서 발견한 불완전판매 정황을 토대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등 기관제재를 검토할 예정이다. 만약 은행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선제적 자율 배상안을 받아들이고, 과징금이 상당액 감경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는 저금리 시절 고금리 보장 투자상품으로 인식됐고, 실제 가입자 중 90% 이상이 재투자자다”라면서 “재투자·연령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은행에서 자율배상안 이행을 결정하는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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