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가 양지로 나온 첫날..."업무 겹칠까" vs "간호법 재추진"
간호사이지만 전공의의 일을 대체해오면서 불법의 그늘에 숨어 지내야 했던 'PA 간호사'에 대해 정부가 8일부터 그들의 업무 대부분을 허용해주면서 이들이 양지(陽地)로 등장했다. 하지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 임상병리사·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계의 타 직역에선 "우리 업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며 견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건복지부가 8일부터 적용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응급상황에서의 동맥혈 채취, 심폐소생술, 코로나19 검사, 위험한 수술 보조행위, 발사(실 뽑는 행위) 등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할 수 있다. 만약 이들의 의료행위로 인해 의료사고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최종 책임은 의료기관장(병원장)이 져야 한다. 일반 간호사가 PA 간호사 업무를 하면 정부가 추가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에 대해 간호사들은 "복지부의 이번 조치로 의료법 제2조 간호사 업무 항목 중 '진료의 보조'에 대한 모호함이 해결됐다"며 일단 환영했다. 의료법 제2조에선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 규정했다. '진료의 보조'에 어떤 업무까지 담을 수 있을지 애매모호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비판이 그간 제기돼왔다. 실제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 상당수는 그동안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원 판례나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왔다.
대한간호협회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간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으로 보호해주겠다고 한 건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간호협회는 "간호사 업무에 대한 '법' 보호 체계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는 '새로운 간호법' 제정을 추진해달라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촉구한 셈이다. 협회는 "지난해 추진했던 간호법은 이익단체들의 '의료계를 분열시키는 악법'이라는 프레임 속에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며 "이제 간호계는 국민이 더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간호법안은 결국 폐기됐다. 당시 의사(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임상병리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 등 13개 직역·기관으로 뭉친 13보건복지의료연대(현재는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은 타 직역의 업권을 침탈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저지했다.
간호법이 폐기되면서 이들 연대는 승기를 잡았지만 이번에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설정되면서 또다시 예민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임상병리사 7만8000여 명의 단체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관계자는 "간호법안을 저지해 업권을 겨우 지켜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심전도 측정, 정맥혈 채혈 등 의사를 제외하고 임상병리사 면허가 있어야 가능한 일을 간호사들도 명확히 하게 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응급구조사 4만8000여 명의 단체인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병원 밖'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침탈당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회장은 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간호법 사태와 달리, 지금은 전공의 공백 사태로 빚어진 일인 만큼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 데 대해 섣불리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간호사들은 병원 내에서 진료의 보조 업무를 담당해왔는데 병원 밖에서도 이런 업무를 할 수 있게 한다면 병원 밖 응급구조사의 업무와 겹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올해 전국적으로 응급구조학과의 입학 정원이 늘었는데, 간호사가 응급구조사의 일까지 침범하면 응급구조사들의 취업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도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 응급구조학과의 입학정원 자율화를 추진했다.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8일 저녁 긴급 상임이사회 회의를 열고,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김창옥 "오은영 상담 프로 섭외 와서 거절…'날 대체 뭐로 보고?'" - 머니투데이
- "김신영 하차는 시청자 때문" KBS 해명…전국노래자랑 게시판 보니 - 머니투데이
- "정동원, 부친 교도소 수감에 고통…개인적 일이라 사실 파악 어려워" - 머니투데이
- 임예진, 남편 여사친 편지에 '충격'…"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폭로 - 머니투데이
- "부끄러울 일 안 해"…'이달의 소녀' 퇴출된 츄, 2심도 이겼다 - 머니투데이
- 정준하 "하루 2000만, 월 4억 벌어"…식당 대박에도 못 웃은 이유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
- "죄책감 있나" 판사 호통 들은 김호중…징역 2년6개월에 즉각 항소 - 머니투데이
- 트럼프, 헌법 깨고 3선 도전?…"농담" 해명에도 민주당 움직인다 - 머니투데이
- 전성기 때 사라진 여가수…"강남 업소 사장과 결혼, 도박으로 재산 날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