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 여당 공약에 시민사회 “인권침해 되풀이될라”
‘경찰 수사력 부족’ 지적엔 “협력체계 등 대안 충분”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를 전제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복구하는 내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한 데 대해 ‘권력감시’ 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었던 정보기관이 자행해온 인권침해와 민간인 사찰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도록 한 개정 국정원법은 2020년 1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뒤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이를 되돌려 다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공약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선임간사는 8일 통화에서 “과거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이용해 인권침해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온 역사가 있다. 민간인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됐음에도 마치 ‘국정원이 간첩 다 잡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라며 “한 위원장의 발언은 국정원 개혁 무위로 돌리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이 대공 수사와 관련 없이 진보 인사의 사생활에 대한 뒷조사를 진행한 것이 밝혀졌다”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는 국정원과 달리 경찰은 수사 절차가 양성적으로 확립돼 있어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 국정원이 다시 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인권침해가 재발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대공 수사능력이 국정원에 비해 부족하다는 우려를 두고는 수사 협력체계 강화 등 대안이 충분이 있다고 했다. 강 활동가는 “지난해 국정원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고, 이전에도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경찰·검찰과 수사 협조를 긴밀하게 해왔다. 경찰이 직접 수사하더라도 협력을 통해 부족한 점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공수사관을 경찰에 이관한 것은 전임 정부 때부터 5년 이상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검토해 한 일”이라며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관작업을 더 착실히 할 일이지 이전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도 “설령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경찰과 검찰의 관계처럼 상호협력에 관한 규정을 두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면서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전날 성명을 내고 “국정원은 대공수사권 이관 전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권한을 남용했다.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정치개입 등의 목적으로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공약과 한 위원장의 발언은) 국정원 개혁입법을 거슬러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감시와 인권침해를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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