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대한민국 증시의 특징
주가가 상승하고 하락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수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쳐 주가는 변동성을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실적이 좋아져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정책이 해당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에는 정부정책 뿐 아니라 국가가 처한 증시환경도 중요하다. 보통 한국증시는 중국증시에 연동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지난 한해를 돌아보았을 때 중국증시는 하락추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미국 S&P와 연동된 상승의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주식투자를 하는 주체는 크게 세 가지 부류다.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 외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자, 그리고 개인투자자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15~20% 정도다. 대부분 기관투자자다. 일본도 17%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간접투자의 비중이 높다. 반면 국내 증시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는 50% 가량 된다. 작년에는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이 70%에 달하기도 했다.
국내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특정업종이나 기업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 갑작스런 주가의 변동성이 나타나곤 한다. 시장에서 하루 개인 매수 4조 원 가운데 1.75조 원 가까운 삼성전자 주식 매수세로 2021년 1월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한때 96,800원까지 오르며 액면분할 이후 최고점을 형성하기도 했다. 작년 한때 에코프로에 대한 애착을 가진 개인들의 대규모 매수세로 1,539,000원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국내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와 역할이 그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다.
특히 개인들의 심리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꾸준한 순매수세가 이어지면 주식시장도 활기를 찾게 되고, 기업들의 주가 역시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투자 시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이 다수 상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서비스업(Service)보다는 제조업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제조업의 시가총액이 7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상장된 제조업체 대부분은 중간재라 불리우는 반도체, IT부품, 석유화학, 정유, 철강, 기계 등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나 장비업체다. 중간재업체는 경기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경제가 호황일 때에는 큰 수익이 발생하지만 불황일 때에는 대규모 적자를 보기도 한다. 투자에 있어 경기사이클(Business Cycle) 흐름을 파악함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이유다.
주가는 아이러니(Irony)하게도 기업의 현재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6~9개월 후의 미래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2022년 9월 2134포인트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경기침체, 반도체 기업 적자충격,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신용리스크(Credit Risk)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상승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그 이유가 다가올 경기회복과 반도체 호황을 선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경기민감주(Cyclicals)가 다수 상장되어 있기에 경기민감주의 특징과 주가흐름을 이해하고 대응함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의 주가저점이 2022년 3분기 말~4분기 초였는데 영업이익의 저점은 2023년 2분기였다. 이를 보면 경기 민감주의 특징이 이익의 최고치가 예상되면 이를 선반영하고, 최악의 실적이 발표되면 이제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스(News)나 공시(Disclosure)를 통해 최상의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에 피크아웃(Peak Out)우려로 하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기민감주 위주의 한국시장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되는 이유다.
글로벌(Global) 경기에 민감하고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가 한국이기에 주식시장이 발표되는 수출지표 동향에 강하게 반응한다. 한국은 수출비중이 GDP의 38% 수준이고, 중국, 일본은 10%대 중후반이다. 때문에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반대로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때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무조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의 특성상 경기민감주가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너무 좋을 때는 오히려 주의해야 할 때라 본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Portfolio) 측면의 대응은 다음과 같다. 수출이 호황을 보이고 수출증가율이 최고일 때 현금 비중을 늘리고, 반대로 수출이 급감하고 수출증가율이 최악일 때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인 것이다. 코스피(KOSPI) 주가등락 시 포트폴리오 차원의 적합한 대응은 수출이 정점일 때 현금비중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2017년 9월 수출증가율이 고점을 형성한 시기에 미국 또한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섰는데, 긴축에 따른 경기부담과 코로나 팬데믹(Covid 19)의 영향으로 2017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코스피(KOSPI) 하락폭이 28%나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과거의 데이터(Data)를 분석해 보았을 때 수출증가율이 최고일 당시 예를 들어 30%를 상회할 때 주가지수가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의 움직임을 보였고, 수출증가율이 최악일 때 예를 들어 -15% 이하일 때 주가지수가 저점을 형성하고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수출이 최고일 때 계속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보게 되고, 최악일 때 계속 나쁠 것이라 생각하고 현금비중을 늘리게 되면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출지표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절대적인 수출금액보다는 수출증가율의 방향을 보고 투자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출증가율이 역성장을 하더라도 저점이 상승하는 추세라면 지수는 상승하고, 수출증가율이 고성장을 하더라도 고점이 낮아지는 추세라면 지수는 하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시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유독 달러($)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스피 지수가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형태다.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상관계수가 -0.8수준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80%의 확률로 주가지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달러($)의 가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 미국이라는 국가의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의 상대적 우위와 미국의 통화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은 미국 경제가 여타 국가에 비해 건실하고, 통화정책상 긴축인 금리인상 기조일 때 달러가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과 유럽은 글로벌(Global) 경제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중이 큰 지역이다. 이들 국가의 정책과 경제상황도 달러가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달러($)는 미국의 돈이다. 돈의 가치는 금리와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해당국가의 돈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미국 돈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의 과도한 긴축정책이 종료되며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2022년 한때 달러인덱스가 113까지 상승했다가 2023년 100 근처까지 하락했는데 글로벌(Global)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한때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25%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자립, 부진한 제조업 경기 등의 영향으로 2023년 4월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19%까지 떨어졌다. 반면 한국의 대 미국 수출비중은 18%까지 상승하며 이제는 미국이 한국의 주요한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주가흐름이 과거보다 휠 씬 높은 강도로 한국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 상황이다. 전일 미국시장의 장중 종목별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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