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흰 단체복, 그리고 MAGA?… 알고 보면 재밌는 美 국정연설 이모저모 [깨알지식Q]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3. 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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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공화당, 뒷줄 가운데)이 7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도중 야유를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매년 3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엔 상·하원 의원과 내각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 인사들이 초청된다. 전 세계에 생중계돼 큰 관심을 끄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눈에 띄는 패션이나 소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7일 미 워싱턴 DC 연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눈길을 끄는 다양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 의미를 해부했다.

미국 연방 상원 팀 케인 의원(민주당, 앞줄 왼쪽)과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당, 앞줄 오른쪽)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기 위해 연방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케인 의원의 상의 옷깃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의원 옷깃의 노란 리본 배지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납치된 이들의 빠른 귀환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남북전쟁 당시 영국 청교도 군대가 무사 귀환을 바라며 노란 리본을 전장에 묶어둔 이후 노란 리본은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거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인 인질의 친·인척 17명은 이날 모든 상·하원 의원실에 편지를 보내 노란색 리본이나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문구가 적힌 인식표를 착용해달라 요청했고 일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7일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여성 낙태권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흰색 옷을 입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민주당 여성 의원들, 단체로 흰옷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상당수가 단체로 흰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모임 ‘우먼스 코커스’가 사전 기획한 것이다. 로이스 프랑켈 하원의원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족 계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했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인공 체외수정(IVF) 규제 강화 결정, 낙태 문제 등이 전국적인 논란이 되고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이 된 가운데 나온 행동이다. 흰옷은 20세기 초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이른바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자주 입었고, 이후 여성 정치인들의 연대 메시지를 전할 때 자주 활용돼 왔다.

미국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매가(MAGA, 미국을 더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여한 모습. '정치 캠페인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패션이다. /EPA 연합뉴스

◇국정연설에 등장한 매가(MAGA)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린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며, 극단적 언행으로 유명하다. 빨간 재킷 안에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 레이큰 라일리’란 문구가 적힌 흰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 살해된 조지아대 여대생의 이름이다. 그린의 ‘매가 모자’는 ‘의사당 건물은 정부의 공식 시설로 정치적 캠페인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것이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왼쪽)가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 의회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대화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귀빈으로 참석한 스웨덴 총리

질 바이든 여사 오른쪽엔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앉았다. 바이든이 직접 초청했다. 이날 국무부를 찾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 문서를 전달해 서른두 번째 회원국 합류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크리스테르손을 호명하며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임자는 푸틴에게 조아렸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메라엔 거짓 이력이 논란이 돼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제명된 조지 산토스의 모습도 잡혀 의문이 일었다. 미 언론들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 입장 자체는 가능하고, 전직 의원 특권 중에 의사당 등 시설 이용이 포함된다”고 했다.

7일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앞에 놓인 은색 잉크스탠드. /미 하원 홈페이지

◇하원의장 앞 번쩍이는 소품의 정체

한편 이날 연설에선 바이든 우측 뒤편으로 빛나는 은색 주조물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동전 주조용 은(銀)으로 된 만년필용 잉크 통으로, 워싱턴의 은세공자·시계제작자인 제이콥 레오나드가 1810년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안에는 3개의 크리스탈 잉크 통이 있고, 벽면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현재 하원에 있는 가장 오래된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지정생존자'로 지명된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장관. /AFP 연합뉴스

◇올해의 지정생존자는 교육부 장관

‘지정생존자’는 국정연설 도중 의회에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의 집단 유고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역할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맡는다. 매년 바뀌는데 올해 지정생존자는 연방 정부 서열 15위인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이었다. 카르도나는 이날 의회에서 떨어진 한 미공개 시설에서 대통령 수준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했다.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이른바 ‘핵 가방’도 휴대했다.

케이티 브릿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맨 아래)이 바이든 국정연설에 대한 반박 연설을 한 자택 주방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야당 공화당의 마흔 두 살 ‘반박 연설자’

공화당에선 1982년생으로 최연소 상원의원인 케이티 브릿이 반박 연설을 했다. 브릿은 “바이든이 머무적거리고 권위가 떨어진 대통령”이라며 이민·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야당은 보통 반박 연설을 신예 의원에게 맡기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 연설을 반박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연설 내용을 실시간으로 반박하면서 예년보다 관심이 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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