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위 선들이 살아 숨쉬네…이중성에 질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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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계산된 듯한 직선이 일정한 각도와 간격으로 일종의 주름을 이루며 반복된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세로 직선 7개와 그 사이를 각각 가르는 대각선 6개로 구성된 'Versa'는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이 존재감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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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까지 한남동 갤러리바톤
정교하게 계산된 듯한 직선이 일정한 각도와 간격으로 일종의 주름을 이루며 반복된다. 선과 선 사이는 두세 가지 색이 음영의 그러데이션을 이루며 층층이 쌓여 있다. 그림은 평면이지만 화폭 위 명암을 가르는 직선들은 마치 그림자가 드리운 공간에서 빛을 가로막는 오브제 같다. 분명 가까이에서 보면 직선인데, 멀리서 보면 곡선이 나타나고 가만히 멈춰 있는 화면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흘러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 멀리선 컴퓨터로 만든 그래픽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들의 형상이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작가 수잔 송의 개인전 '근거리(Near Distance)'가 4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2015년과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회화나 설치 작업을 통해 미학적으로 공간의 실체를 탐구해온 송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원근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이중성과 확장성을 표현한 회화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단색조의 전작과 비교해 한층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면서도 조형적으로는 균형미를 갖춘 엄격한 화면 구성으로 미니멀 아트의 특징적인 요소를 살렸다.
모든 작품은 리넨에 은은한 색감의 아크릴릭 피그먼트를 입혀 제작됐다. 아크릴릭 피그먼트는 불투명한 유화 물감과 달리 수채 물감처럼 투명성을 살린 점진적 표현이 가능하다. 송 작가 작품은 여기에 리넨 특유의 표면 질감까지 더해져 더욱 입체감이 느껴진다. 평면상의 회화 작품이지만 입체 공간인 것처럼 계속해서 착시를 일으키는 이유다. 하나의 대상이 다양한 관점과 구도에 어떻게 유연하게 반응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송 작가는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관성을 회화에서 전복시키고 싶었다"며 "내게 선은 하나의 면이고, 면은 하나의 차원이다. 단순한 선과 면의 반복이 아니라 여러 차원의 분리된 공간을 회화 안에 잡아두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이나 벽체의 물리적 구조로 공간이 드러나고 구획되는 방식에 착안한 것이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반복에서 오는 익숙함과 시각에 따라 계속 변하는 생경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실제로 이 같은 작가의 의도는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세로 직선 7개와 그 사이를 각각 가르는 대각선 6개로 구성된 'Versa'는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이 존재감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송 작가는 "회화 속 공간이 우리가 있는 이 장소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장소가 회화 속 공간의 일부 같기도 하다"며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눈앞에 있는 작품과 그 속에 잡아둔 공간을 자유롭게 경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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