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이 흘러간다" 권익위에 접수된 한 통의 집단 민원, 한센인 정착촌 충격 실태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4년 03월 08일 (금)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이재성 국민권익위 복지노동민원과 서기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 슬기로운 생활백서, 매주 금요일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생활 속 놓치고 있는 권리를 찾아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한센병'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과거에는 차별적인 의미를 담아서 한센병을 '나병'이라고도 불렀는데요. 이러한 한센병에 감염되었거나 완치된 분들, 즉 한센인들이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정착촌이나 시설에 격리되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들에 대한 고충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국민권익위 복지노동민원과 이재성 서기관 모시고 들어보겠습니다. 서기관님, 안녕하세요?
◆ 이재성 국민권익위 복지노동민원과 서기관(이하 이재성) : 안녕하세요! 이재성 국민권익위 복지노동민원과 서기관입니다.
◇ 박귀빈 : 국민권익위에서 한센인들과 관련한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한센병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그리고 한센인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 이재성 :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을 말하고 1879년 유전병이 아닌 세균에 의한 질병임을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의 이름을 따서 한센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센인은 한센병에 걸렸거나 완치된 환자를 말합니다. 이 병에 걸리면 피부와 점막, 안구에 염증이 발생하고, 감각이 저하되거나 신체 조직에 변형이 생깁니다. 현재 한센병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완치가 가능하고, 완치된 환자들은 남을 감염시킬 위험성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에서 한센병 완치국가로 분류되어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둥이'라 불리며 차별을 받아 왔습니다. 유전되거나 전염이 쉽게 된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그 가족까지 낙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잘못된 인식과 무지가 낳은 '사회적 질병'인 것입니다.
◇ 박귀빈 : 그간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피해를 받아온 사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이재성 : 과거 한센인들이 겪은 아픔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유전병으로 오인되어 단종과 낙태를 강요당하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유 없이 맞거나 교육, 취업 등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인권유린이 만연했습니다. 또한, 과거 정부의 강제격리 정책으로 깊은 산속으로 쫓겨나 현대판 고려장을 당했음에도 억울하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현재에도, 여전히 한센인 부모를 찾지 않거나 주소도 알려주지도 않고 연락을 두절하여 사실상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공무원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사례. 한센요양시설 건립을 주민이 반대하여 외진 곳에 밤에 작업을 하고, 일반 요양시설로 등록하여 운영하다가 처분을 받은 사례, 한센병원 이전을 추진하였으나 대상지역 주민들 반대로 갈 곳이 없어 표류하고 있는 사례 등이 있습니다.
◇ 박귀빈 : 편견과 오해로 한센인들이 당한 아픔이 너무 크네요. 어떤 계기로 한센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이재성 : 지난 2020년 3월 국민권익위에 경주 한센인 정착촌인 '희망농원'의 집단 고충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정착촌의 열악한 환경 개선은 물론, 취수원 오염 등으로 인한 인근 포항시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희망농원은 453동의 집단 축사와 폐축사가 밀집돼 있었고, 개방된 재래식 침전조 등으로 인해 악취 등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또한, 노후 하수관로 등 하수처리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축분 등 오폐수가 인근 식수원인 형산강으로 방류되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전쟁 피난처와 같은 매우 열악하고 취약한 환경이 저에게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이후 4년간 이들의 고충과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 박귀빈 : 한센인 정착촌이 이렇게 방치된 주요 원인이 궁금하고,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 이재성 : 한센인은 대부분 문맹률이 높고 자아존중감이 낮아 회피적 성향이 있는데다가 정착촌을 둘러싼 복잡다기한 문제와 관련 부서간 이견, 사회적 편견과 차별, 정부와 사회의 관심 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국민권익위 조사관으로서 경주 희망농원 현장에서 느낀 충격을 발판 삼아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수개월에 걸친 현장조사를 실시하였고, 환경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 경주시·포항시·경북도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쳤습니다. 결국 그해 10월 경북도지사·경주시장·포항시장·대구지방환경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 내 453동의 폐축사 철거, 노후 침전조 및 하수관로 정비 등 현장조정을 성립시켜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 박귀빈 : 전국에 이와 유사한 정착촌이 더 있나요? 어떤 상황입니까?
◆ 이재성 : 네, 경주 희망농원 조정을 계기로 2021년도에 전국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한센인 정착촌은 전국에 82개가 있고, 한센인 2,505명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거주민들은 평균 81.5세의 고령층으로 약 87%가 장애가 있고, 대부분 별다른 소득 없이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상황을 말씀드리면, 한센인 정착촌은 대부분 주된 생계유지 수단이었던 축산업을 폐업하면서 석면 폐축사 방치, 노후된 시설 등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한센인들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또, 주변 지역에도 환경 피해를 야기해 지역갈등을 초래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거주민 대부분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고령이어서 스스로 갈등을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정착촌 내에 노후 양로주택이나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복지기반도 매우 열악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현안 과제들이 있으나, 이분들의 고충보다 한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근본적인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적인 기반이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 박귀빈 : 들어보니 종합적인 해소대책은 물론, 이분들을 지원할 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 국민권익위에서 추진해 온 과정이나 내용은 무엇인지?
◆ 이재성 : 우선, 국민권익위는 2021년 전국 실태조사 및 전국 지자체 회의, 관계 중앙부처 협의 등을 통해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고요. 한센인 정착촌을 관할하는 66개 지자체, 복지부, 환경부, 농식품부 등 관계 중앙부처에 개선 종합대책을 추진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할 지자체는 정착촌에 대한 환경정비, 복지지원 계획 등을 수립해서 단계별로 추진해 가고 있고요. 관계 중앙부처는 정착촌 정비사업 추진 시 우선 선정 및 국비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세 감면 및 위로지원금 확대 지원 등 한센인 권익보호와 복지향상을 위해 개선해 가고 있습니다. 그간 한센인 정착촌의 어려움을 해결해 드린 개별 사례가 많은데 시간 관계상 짧게 말씀드리자면, 남양주 협동마을 토지공개매각 위기 해소, 여수 도성마을 축분뇨 배수시설 및 환경피해 갈등 조정, 거창 동산마을 환경 정비사업, 부평마을 무허가건물 198개동 철거 위기 해소, 세종 충광마을 공유지 현안 갈등해결 등이 있었고요. 특히 지난해에는 오랜 조사와 관계기관 협의 끝에 한센 요양시설 운영 갈등을 조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 박귀빈 : 한센인 요양시설 갈등 조정 사례를 말씀 주셨는데요? 요양시설 현황은 어떠하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이재성 : 2009년도에 한센인 요양을 위해 정부 주도로 설립된 청주 에버그린사회복지센터, 1950년대 이후 한센인 구호 사업 일환으로 종교재단에서 운영해 온 의왕 성라자로마을, 여수 애양평안요양소, 안동 성좌원, 산청 성심원 등 한센인 집단생활시설이 있습니다. 에버그린사회복지센터는 노인장기요양급여가 아닌「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부보조금(100%)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센인에 대한 편견과 제도 미비로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요양시설로 등록하여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청주시로부터 노인요양시설 기준 미충족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는 등 운영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한편, '애양평안요양소, 성좌원, 성심원, 성라자로마을'은 고령화에 따라 요양보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한센인 요양시설 특성에 맞는 제도기반이 미흡하고, 입소조건 및 요양보호 인력 부족 등으로 한센인에 대한 요양보호는 물론,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면밀한 검토와 수차례에 걸친 관계기관 협의 등을 통해 합리적인 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 결과 질병관리청은 한센요양시설 관련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키로 하고, 청주시는 처분을 유예하기로 하는 등 관계기관의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조정 해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 박귀빈 : 올해 한센인 정착촌의 고충해소를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시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 이재성 : 그분들의 남아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드릴 예정이고요. 지금까지의 개선대책과 조정 합의 사항 등에 점검하고 잘된 사례는 공유하고 전파할 계획입니다. 한센인 정착촌과 한센요양시설의 고충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 간의 시대적 배경과 거주민의 문맹과 고령, 현행법과의 괴리와 제도적 기반 부재, 그리고 복잡한 민민, 민관, 관관 갈등의 혼재와 첨예한 대립 등, 과정은 매우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분들이 고마움의 눈물과 감사의 인사를 해주시면 마음속 어려움이 눈녹듯 사라지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된 보람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드리자면 한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정부적인 참여와 동참이 필요하고, 특히 관계 기관장님들 및 부서장님들의 관심은 물론,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협조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박귀빈 : 이번 시간 통해서 아직까지 한센인들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국민권익위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두 노력해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민권익위 복지노동민원과 이재성 서기관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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